한반도 다 훑었다, 125가지 맛 섬마을 밥상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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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가운데는 농어구이, 그 옆에는 모래벌에서 캐 온 조개로 끓인 맑은 조개탕이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바위에서 뜯은 돌김구이, 미나리갑오징어무침, 머위나물, 황석어조림, 고사리나물, 조개젓, 고추장아찌, 김자반이 놓였다." 서해의 신안 우이도 돈목마을 섬 밥상이다.
지역민이 내준 음식을 먹고, 그들의 살림을 몸으로 부대끼고, 뭇 생명들과 지켜야 할 것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꼭꼭 밟아온 대한민국 바다 맛과 섬살이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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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촌 박사 30년간 어민 삶 기록
- 농어구이·말미잘탕·갈치속젓 등
- 동·서·남해·제주 제철음식 소개
- 낯선 육젓 경매 이야기 흥미진진
“밥상 가운데는 농어구이, 그 옆에는 모래벌에서 캐 온 조개로 끓인 맑은 조개탕이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바위에서 뜯은 돌김구이, 미나리갑오징어무침, 머위나물, 황석어조림, 고사리나물, 조개젓, 고추장아찌, 김자반이 놓였다.” 서해의 신안 우이도 돈목마을 섬 밥상이다. 음식 이름과 사진을 맞춰 보는 동안 군침이 돈다.
30여 년 동안 섬을 다니며 지속가능한 어촌과 어업, 주민이 행복한 섬마을과 섬살이에 주목해 온 김준 박사(어촌사회학)가 ‘섬살이, 섬밥상’을 차려냈다. 서해 북단 강화·옹진부터 남해, 동해를 거쳐 울릉도, 제주까지 갯내음 가득한 125가지 바다 맛 여행이다. 지역민이 내준 음식을 먹고, 그들의 살림을 몸으로 부대끼고, 뭇 생명들과 지켜야 할 것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꼭꼭 밟아온 대한민국 바다 맛과 섬살이의 기록이다.
저자는 어촌사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에서 섬과 어촌을 연구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갯벌 섬 어촌의 정책 발굴을 하다 정년퇴직했다. 현재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어촌공동체’ 연구를 한다. ‘섬문화 답사기’(전6권), ‘바다맛 기행’(전3권), ‘바닷마을 인문학’ 등 바다와 섬에 관한 여러 책을 냈다.
저자는 여행객이 다시 가고 싶은 섬, 섬 주민이 살고 싶은 섬을 위해 “섬을 보는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섬살이의 속살을 잘 보여줄까 고심한 끝에 찾은 것이 바로 ‘섬밥상’이다. 그 밥상에서 섬살이의 지혜를 알게 된다면 섬과 바다가 달리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섬밥상은 바다가 내어 주는 제철음식이다. 음식 이름만 살짝 보자. 신선한 조개만 있으면 되는 ‘상합(백합)탕’이나 ‘가리맛조개탕’, 어장에서 일하다 된장과 열무김치로 쓱싹 만들어 먹던 ‘회진 된장물회’, 보리밥과 투박하니 잘 어울리는 ‘운저리(망둑어)회무침’, 김장보다 더 기다려진다는 ‘물걸이(중하)무침’,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우미(우뭇가사리)냉국’, 꽁치로 완자를 빚어 만든 ‘꽁치다대기추어탕’, 박대껍질로 만든 ‘벌벌이묵’, 굴 껍데기까지 삶아 걸러낸 굴 육수로 만든 ‘피굴’, 감태로 만든 김치 ‘감태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있고, 이름만 들어서는 도통 어떤 맛인지 상상이 안 가는 음식도 있다.
아는 음식부터 펼쳐보았다. 전북 부안 곰소항 근처 식당의 젓갈백반이다. “토하젓 갈치속젓 청어알젓 바지락젓 비빔낙지젓 명란젓 창란젓 낙지젓 가리맛젓 꼴뚜기젓 오징어젓 어리굴젓 새우젓 밴댕이젓 등 그 가짓수를 두 손가락으로도 다 꼽기 힘들다.” 뜨거운 밥 한술에 젓갈 한 점 얹어 먹으면 얼마나 맛날까.
육젓 경매 장면 사진은 장관이다. 육젓 새우는 잡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조류 따라 이동하며 그물에 걸린 새우를 네 시간마다 털고, 함께 걸린 잡어나 다른 새우를 걸러낸다. 육젓 새우만 선별해 천일염과 3 대 1로 섞어 만든다. 바닷물보다 짠 물에 하루 종일 손을 담가야 하니 손이 부르트고 어깨가 무너질 판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니 비쌀 수밖에 없단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 바닷가를 걷고 또 걷고, 배를 타고 섬에 가고, 바닷가 마을에서 따뜻한 밥상을 받는 기분이다. 서해, 남해, 동해를 일주하는 순서로 글을 배치한 덕분이다. 부산 가덕도 봄숭어, 영도 고등어해장국, 기장 대변항 멸치젓과 학리마을 말미잘탕도 있어 반갑다. 각 글마다 지역/생물/제철/추천 정보 등을 표시했다. 대한민국 바다 곳곳에 차려진 밥상 받으러 훌쩍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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