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4] 꼭두각시 연극
“한 마당 잘 놀아보세”라고 외치는 옛 재인들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봉장작희(逢場作戲)라는 중국 성어 말이다. 흥겨운 자리를 만나[逢場] 제대로 놀아보자[作戲]는 엮음이다. ‘때나 상황에 원활히 맞춰 나가다’라는 속뜻이 있다.
이 ‘장(場)’은 평탄하게 펼쳐진 장소를 우선 가리킨다. 그러나 위의 성어 쓰임에서와 같이 놀이판이 벌어지는 ‘마당’의 뜻도 강하다. 그러니까 일부러 설치한 무대라고도 볼 수 있다. ‘작장(作場)’이라는 단어가 그래서 나왔다. 옛 중국 연희(演戲)의 역사에서 자주 쓰인 말이다. 공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놀이마당[場]을 짓는[作] 일이다. 이 맥락에서 ‘장’이라는 글자는 곧 ‘무대’라는 새김을 굳힌다. 중국에서는 이 새김으로 글자 쓰임이 풍성하다.
무대에 오르는 일이 우선 등장(登場)이다. 중국은 달리 상장(上場)으로도 적는다. 그 반대는 하장(下場)이나 퇴장(退場)이다. 그렇게 무대 등에서 벌어지는 모습이 장면(場面)이자 장경(場景)이다. 연극의 시작과 끝은 개장(開場)과 종장(終場)으로도 적는다.
“인생은 연극 같다(人生如戱)”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중국인들이다. 그래서 제 삶을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와 배우의 행위에 곧잘 견준다. 원(元)나라 이후 줄곧 발전해 온 민간 희극의 역사에서 큰 영향을 받았을 법하다.
요즘 중국이라는 역사 무대에서는 어떤 연극이 펼쳐지나. 강력한 권력자 한 사람이 숱한 당정(黨政) 관료를 이리저리 까부르는 꼭두각시 연극은 아닐지 모르겠다. 아주 많은 대중은 그에 갈채를 보내는 봉장(捧場) 역할이고 말이다.
중국인들이 펼치는 이 큰 놀이마당의 끝이 궁금해진다. 11년 전 거창하게 건 ‘중국의 꿈(中國夢)’은 이뤄질까. 자칫 잘못하면 덧없는 봄날의 꿈, 일장춘몽(一場春夢) 신세는 아닐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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