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총부채 6000조 넘을 듯... 韓, ‘빚 다이어트’ 나홀로 역주행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의 총부채 규모가 올해 6월 말 기준 약 5957조원으로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의 2.7배를 넘어선 규모다. 국가 총부채 규모는 올해 6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6월 말 원화 기준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는 5956조957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부채가 2218조3581억원, 기업 부채는 2703조3842억원, 정부 부채는 1035조2149억원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 같은 나라의 전체 빚 규모는 GDP의 27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순위도 역대 최고지만,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높아진 나라가 OECD 회원국 중 한국뿐이라는 점이 문제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 풀기가 한창이던 2021년을 정점으로 경제 규모 대비 빚의 크기가 점차 줄었지만,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
◇남들 빚 다이어트할 때, 더 찐 한국
1년 새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올라간 나라는 OECD 소속 31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했다. 31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 평균은 2021년 3월 말 268.9%를 꼭짓점으로 해서 작년 6월 말 243.5%로 줄었고, 올 6월 말에는 다시 229.4%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빚의 크기가 팽창 일로다. 우리나라 총부채는 2009년 3분기 말 처음으로 GDP 대비 200%를 돌파,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235%를 넘어섰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 기업 부채와 가계 부채가 각각 8%대씩 폭증했고, 지난해엔 가계 부채가 소폭 줄어든 사이 기업 부채가 6% 늘어나며 전체 부채 규모는 270%도 돌파했다. 포르투갈(284.3→251.1%), 이탈리아(257.7→243.1%), 아일랜드(233.3→198.8%) 등 우리와 국가 부채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이 1년 새 큰 폭으로 빚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과도한 빚 때문에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13년 전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그리스의 빚 다이어트 노력은 눈부시다. 그리스는 2년 전인 2021년 6월 말 352.8%에 달했던 부채 규모가 작년 6월 말 303%로 줄어든 데 이어, 올 6월 말에는 268.6%까지 내려왔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경제 성적표’ 1위 국가로 그리스를 꼽은 데에도 부채 감축 노력이 한몫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까지 국가 부실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국가로서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경제 규모 키워 부채 비율 낮춰야”
가계 부채는 최근 부동산 가격 진정 속에 증가 폭이 잡혀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절대 수준이 높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학계 정설인데,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105%를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이 비율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박춘섭 신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일 가계 부채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0%까지는 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 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서 GDP 대비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예상되고 그나마도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1.7%의 저성장이 예상돼, ‘분모’(경제 규모)를 키워 부채 비율을 낮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 부문 부채도 걱정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좁은 의미의 국가 채무에 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한전 등 비금융 공기업까지 포함하는 전체 공공 부문 부채는 지난해 1588조7000억원으로 1년 새 161조4000억원이 불어났다. GDP 대비로는 73.5%에 달한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에서 간담회를 갖고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구조 개혁과 같은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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