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슬픔의 시작과 끝 담아낸 詩 外
# 슬픔의 시작과 끝 담아낸 詩
- 미인/서화성 시집/천년의시작/1만1000원
2001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한 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 온 서화성 시인의 신작 시집. 서화성 시인은 ‘미인’이 없는 곳에서 ‘미인’을 기다린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인’이거나, 이별한 ‘미인’을 그리워하고 기대하며, 내내 기다린다. 추천사를 쓴 김언 시인은 “슬픔이 모종의 상실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라면, 이번 시집에서 엿보이는 슬픔은 그러한 슬픔마저 희미해지는 지경에서 올라오는 슬픔이라서 남다르다. 슬픔으로 시작해서 슬픔으로 끝나는 우리의 삶을 되비추는 일에 열심인 시를 묵묵히 따라갈 뿐”이라고 말한다.
# 설움 가득 셋방살이 고군분투기
- 하우스푸어 탈출기/백지영 장편소설/알렙/1만4500원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백지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인간의 기본 욕망인 ‘의·식·주’에 주목한 작가는 첫 번째 장편에서 음식을, 두 번째로 ‘옷’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집’이다.
셋방살이 설움으로 집에 한이 맺힌 봉다미의 고군분투기는 집에 울고 웃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집을 사고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집을 벗어나기 위한 여정이다. 작가는 정말 필요한 것은 좋은 집을 사는 물질적 풍요와 안정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용기 힘 마음이라고 말한다.
# 가족 잃은 아이 용기 심어주기
- 시간을 수리합니다/이하은 장편동화/이유나 그림/꿈터/1만3000원
동화작가 이하은의 신작으로 ‘애도’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동화이다. 갑자기 아빠를 잃은 사춘기 소년의 혼란스럽고 아픈 마음과 방황, 아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삶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메시지를 그려냈다. 주인공 은결이의 상황을, 어머니를 잃은 율곡의 상황에 빗대어 상처 치유를 끌어내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실의 경험을 치유할 수 있게 하는 위로 메시지가 와 닿는다.
# 디자인 관점서 보는 문화유산
- 박물관에서 서성이다/박현택 지음/통나무/1만9500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일한 저자가 전통 문화유산을 디자인 관점에서 새롭게 보기를 제안하고, 시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전한다. 꼭지마다 시대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디자인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스며있다.
저자는 잘 디자인된 것들만이 가치 있는 문화재로 남는다고 역설한다. 성덕대왕신종은 1000년이 넘도록 지속가능한 신라의 ‘사운드디자인’이다. 소리를 내는 도구라는 실용성, 감상 대상으로서 조형성, 영적 매개체로서의 상징성이 잘 표출되도록 하는 기획과 제작 전반이 곧 ‘디자인’이다.
# 근현대 화가 장욱진 작품 꿰뚫기
-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정영목 지음/소요서가/2만8000원
장욱진은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가 미술사가·평론가로서 그간 발표해 온 화가 장욱진에 관한 글을 모아 그림과 함께 엮었다. 저자는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은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견지에서 장욱진을 한국적 모더니스트로 규정하며, 한국근현대미술사 기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장욱진이 60여 년 화업을 꿰뚫어 몇 가지 소재를 작은 화폭에 반복해서 표현한 점에 주목했다. 장욱진의 그림 세계를 무한히 크고, 반복이 아닌 반복으로 해석했다.
# 기록유산 18점의 역사적 배경
- 기록의 나라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이기범 글·김은주 그림/그린북·1만7000원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기록 유산이 18점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고,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많다. 1997년 ‘훈민정음해례’와 ‘조선왕조실록’ 등재를 시작으로, 2001년 ‘불조직지심체요절’ 하권, 2009년 ‘동의보감’, 2011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록물’, 2013년 ‘난중일기’, 2015년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2023년 ‘4·19 혁명 기록물’과 ‘동학 농민 혁명 기록물’ 등이 등재됐다. 세계 기록 유산 18점의 역사적 배경과 세계사적 가치와 중요성, 기록 형태의 특색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
# AI에 일자리 뺏긴 인간이 갈 길
- 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백완기 지음/지베르니/2만5000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한 세상에서 인간은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가. AI에 밀려나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노동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일자리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며, 인간과 일자리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심도 있는 통찰을 보여 준다. 인간에게 일자리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또 향후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 여부와도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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