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고무줄 청년’과 영맨
경제단체 한국경제인협회는 재밌는 행사를 한다. 이른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갓생(God生) 한끼’라는 행사인데 청년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같은 멘토와 점심을 함께 하며 꿈을 주제로 소탈한 이야기를 나눈다.
출입기자로 일하며 행사 보도자료를 처음 봤을 때 ‘청년들에게 좋은 행사겠네’라고 별생각 없이 부러워했다. 그런데 지원 자격을 봤더니 나이 기준이 만 18∼34세였다. 지원한다면 나도 턱걸이할 수 있는 나이였는데 괜한 의구심부터 들었다. 2005년생부터 1989년생이 모두 함께 청년일까? 청년은 뭘까?
청년(靑年)은 1880년 일본 기독교인 고자키 히로미치가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를 ‘기독교청년회’로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단어로 알려져 있다. 100년도 더 이전 일이니 요새 정의를 찾아봤다.
‘청년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청년기본법 3조 1항).’ 솔직히 이런 법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2020년에 제정됐다고 한다.
법은 따라야 하니 아슬아슬 34세 청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강서구 조례는 39세까지 청년으로 인정해준다. 이런저런 청년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청년기본법의 청년보다 5년을 벌었다. 몇 년 뒤 ‘강서구 청년’ 턱걸이에 걸렸을 때 더 오래 청년으로 남고 싶다면 서울 도봉구나 전국 30여 곳 ‘45세까지 청년’ 지자체로 이사를 하면 된다. 그 뒤에도 ‘청년 욕심’을 낸다면 전남 고흥 등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자체로 이사 가면 49세까지 청년이 될 수 있다.
고무줄 청년 나이가 계속 늘어지다 보면 이상한 일도 생긴다. 전북 장수군은 부자(父子)뻘 나이인 49세와 15세가 모두 청년이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청년 정책, 청년 정책 예산을 유지하기 위한 청년 나이 기준 확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각자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이런 청년 기준으로 무슨 효과가 있나 싶었다. 실제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15세와 49세가 ‘청년 동아리 지원사업’에서 함께 활동하는 걸 떠올려보니 아찔했다.
법령·조례에 기대 ‘청년이다, 아니다’를 정의하기보다 스스로 돌아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아주 작은 열정만 있다면 모두 ‘체감 청년, 영맨(Young Man)’으로 똑같은 것 아닐까. 실제 주변을 봐도 누군가 주변에 전달하는 에너지는 나이와 무관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15세가 청년인지, 49세인지 복잡하다면 노래를 들어보시길 권한다. 주민등록번호에 묶인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수 있다. 미국 가수 ‘빌리지 피플’의 ‘Y.M.C.A.’도 좋고,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신빠람 이박사’의 ‘영맨’도 좋다. ‘영맨, 자리에서 일어나라. 영맨, 힘찬 날개 달고 가자. 영맨, 이젠 걱정하지 마라. 나도 신이 난다. 영맨, 네 눈에 보이잖아. 영맨, 네가 가야 할 곳으로. 영맨, 너와 함께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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