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임신하면 바로 휴직… 난임 직원은 1년까지 쉴 수 있어요
[아이 낳게 하는 일터] 대한항공
대한항공 23년 차 객실 승무원 최유진(45)씨는 네 아이의 엄마다. 밤샘 비행과 해외 체류가 잦은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를 넷 낳을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임신 휴직’ 제도 덕분이었다. 대한항공에서는 객실 승무원이 임신 사실만 알면 바로 휴가를 낼 수 있다. 승무원 직업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다. 최씨는 2019년 4월 넷째 임신을 알자마자 전화로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임신 6주 차였다. 회사는 지체 없이 그다음 날부터 최씨를 비행 교대 근무에서 빼줬다. 최씨는 아이를 낳은 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연달아 사용했다. 그렇게 2년간 업무에서 빠진 뒤 2021년 4월 비행 교육을 받고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첫째 딸(14)과 쌍둥이 형제(11)를 낳았을 때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최장 3년 동안 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씨는 “만삭이 될 때까지 일을 하던 주변 친구들이 전부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여러 출산·육아 복지 제도 중에서 직원들 활용도가 높은 것을 꼽으라면 임신 휴직 제도다. 2020년 330명, 2021년 365명, 2022년 407명 등 사용 인원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휴직 후 복귀율은 100%에 달한다. 임신·출산으로 휴직한 후 복귀하는 직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쉬는 동안 현장 감각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17년 차 객실승무원 김지영(36)씨는 2017년부터 임신 휴직에 이어 출산·육아휴직까지 쓰고 나서 2019년 2월 근무를 다시 시작했다. 김씨는 “비슷한 시기에 복직하는 엄마 30명 정도가 함께 모여서 안전·서비스 교육을 받았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실무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복직 동기’들끼리 서로 응원하면서 2년 만의 업무 복귀를 앞두고 생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난임 휴직 제도도 운영한다. 병원에서 난임 판정을 받은 여직원 중 인공수정·시험관 시술을 희망한다면 난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최대 1년까지 쉴 수 있다.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 시술을 하기 위해선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점을 배려한 제도다. 글로벌서비스센터 이건주(33) 대리는 2018년 난임 휴직을 한 뒤 인공수정으로 첫째 딸(5)을 출산했다. 이씨는 “난임 시술을 시작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초음파 결과도 봐야 하는데, 주위에서 난임 때문에 고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을 자주 봤다”며 “하지만 회사에 난임 휴직 제도가 있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서 각종 임신·출산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이 회사 차장급 이상 관리자 5480명 중 42%(2340명)가 여성이다. 임직원 500명 이상 국내 기업 평균(21%)의 2배다.
‘애 키우기 좋은 회사 환경’은 여성 직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직원들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들 둘(2세·4세)을 키우고 있는 노사협력실 김용성(34) 과장은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상의해 작년 9월부터 4개월간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김씨는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정작 회사에서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가족 잘 돌보고 돌아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김씨는 올해 11월부터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주당 15~35시간으로 단축 근로)를 사용하고 있다. 두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과 아침과 저녁 식사를 챙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아이들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직원 가족들도 꼼꼼히 챙긴다. 회사에 대한 가족들의 만족도가 커야 직원들도 일의 능률이 오르고 집중력이 높아져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항공에서는 임직원 가족을 회사로 초대하는 행사가 자주 열린다. 올해 4월 이틀 동안 진행된 ‘패밀리데이’ 행사에는 8600명이 참여했다. 본래 격납고는 항공기를 넣어 두고 점검이나 정비 등을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패밀리데이 때는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트램펄린 등 어린이용 놀이 기구와 사진 찍는 기계, 푸드트럭 등이 들어섰다. 페이스 페인팅과 스티커 꾸미기 등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고객서비스실 김새롬(37) 과장은 “페밀리데이에 딸(7)을 데리고 가서 처음으로 회사를 보여줬는데 아이가 정말 좋았는지 그때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7~8월에도 임직원 가족들에게 객실 승무원들의 수영 훈련장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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