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발표에… 신부 축복받은 뉴욕 동성부부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3. 12.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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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신부, 남성 부부에 먼저 제안… 교리 따라 편한 차림에 자택서 진행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일상적 축복'이 허락된 다음날인 19일(현지 시각) 제임스 마틴 신부는 한 동성 커플에 대해 축복을 했다. 사진은 마틴 신부가 지난 6월 미국 뉴욕의 한 교회에서 열린 미사에서 강론하는 모습. /로이터

19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제임스 마틴 천주교 신부의 집 거실. 지난해 결혼한 남성 동성 커플인 데이미언 스타이들 잭(44)과 배우자 제이슨 스타이들 잭(38)이 마틴 신부 앞에 섰다.

마틴 신부가 “주님께서 두 사람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라며 그들의 어깨를 어루만지자 두 사람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손을 잡았다. 축복을 마치며 마틴 신부가 성호를 그었고 세 사람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포옹했다.

앞서 전날 교황청이 이성이 아닌 동성 커플도 제한적 범위에서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하루 만에 뉴욕에서 사제의 축복이 이뤄진 것이다.

제이슨 스타이들 잭(왼쪽)과 데이미언 스타이들 잭이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후 피로연에서 화관을 쓰고 함께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

마틴 신부는 교황청의 발표가 나온 직후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제이슨에게 문자메시지로 “축복을 받고 싶냐”고 물었고, 이 커플은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이들이 가톨릭 사제에게 축복을 받은 첫 동성 커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교황청의 조치에 따라 현재 많은 동성 커플들은 성당이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사제들에게 축복을 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전했다. 교황청은 동성애가 교리상으로는 죄악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제가 축복을 할 때 장소나 옷차림도 제한된다. 일반적인 혼인 축복처럼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날 데이미언과 제이슨도 모두 결혼식 예복 차림이 아닌 체크

무늬 셔츠 등 캐주얼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장소도 성당이 아닌 신부의 자택이었다.

교황청의 입장 발표에도 보수 가톨릭 진영은 “사제들이 죄악(동성애)에 대해 축복하게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축복을 한 마틴 신부의 경우 동성애자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수도회인 예수회 소속이다. 뉴욕타임스는 “진보적인 교구에 사는 동성 커플은 보수적인 교구에 사는 커플보다 축복을 해줄 사제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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