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공장 불 지핍니다”
판매량 줄어 7월에 문 닫았다가
지역주민 요청으로 10월 재가동
연탄가루 날림 등 주민 민원에… 전남도서 탄광 부지로 이전 추진
남선연탄 직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5시간 동안 제조기계 2대를 돌려 연탄 4만5000장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눈발이 날리는 혹한 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빚어냈다.
남선연탄은 연탄 제조기계 18대가 있는데 이날 2대만 가동하고 있었다. 또 월·수·금요일 오전 4시간씩만 연탄을 제조하고 있다. 한 직원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등 소외계층들만 난방용으로 연탄을 이용해 사용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의 유일한 연탄공장인 남선연탄은 1954년 설립됐다. 전국적으로 연탄공장은 21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선연탄은 1970년대 직원 100여 명에 연간 연탄 1억6000만 장을 생산했다. 연탄 사용 가구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400만 장을 생산했다가 올해 7월부터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소외계층들은 “남선연탄에서 생산되는 연탄을 장당 800∼850원에 구입했다. 남선연탄이 생산을 중단해 타 지역 연탄공장에서 사올 경우 200∼300원이 더 비싸진다”고 호소했다. 연탄 난방을 하는 소외계층들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못한 남선연탄은 10월부터 공장을 재가동해 불씨를 되살렸다.
남선연탄에서 20일 오전 생산된 연탄을 기다리고 있던 소매업자들은 1t 화물차 40대로 옮겨 실었다. 소매업자 오모 씨(71)는 “화물차에 연탄 1000장을 싣고 차로 2시간 거리인 전남 장흥지역 노인 집에 운반해주려고 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외계층이 혹한 추위에 연탄이 배달되기를 절실하게 기다려 가능하면 신속하게 배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70대 김모 씨는 “창고에 쌓여 있던 연탄이 줄어들 때마다 걱정이 된다. 기름보일러는 엄두도 못 내고 연탄공장이 문을 닫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관련 민간단체인 연탄은행 조사 결과 올해 연탄을 사용하는 광주·전남지역 가구는 광주 1096곳, 전남 3975곳 등 총 5071곳이었다. 2021년 연탄 사용 가구가 광주 1402곳, 전남 4692곳 등 6094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동안 연탄 난방 가구가 1023곳(17%) 감소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파악한 올해 경제적 곤란 사유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광주 712곳, 전남 2667곳 등 총 3379곳이다. 나머지 1693곳은 식당, 농장 등 경제적 어려움보다 취사 등 편의를 위해 연탄을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탄 난방을 하는 소외계층 가구 3379곳은 기름, 가스 난방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 또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교체하는 것도 경제적 여건상 힘들다. 정부는 연탄 난방을 하는 소외계층에게 1년에 연탄쿠폰 54만6000원어치를 나눠준다. 소외계층들은 쿠폰으로 연탄 600여 장을 구입하고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후원을 받아 추운 겨울을 난다.
남선연탄 측은 내년 연탄 생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선연탄 측은 올여름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이유가 공장 수익성 악화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등이 제기한 “연탄 가루가 날린다”는 민원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남선연탄을 폐광한 전남 화순탄광 저탄장 인근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3년째 남선연탄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앙모 씨(66)는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두 달째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며 “공장 이전부지 문제가 해결돼 연탄을 계속 만들어 온기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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