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캐는 폐배터리, 재활용 규제 확 푼다

박상현 기자 2023. 12.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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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핵심인 ‘금값 광물’ 뽑아내

20일 오전 전북 군산의 한 배터리 재활용 공장.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모듈을 분리해 곱게 분쇄한 ‘블랙 파우더(BP)’가 밀가루처럼 쏟아져 나왔다. 밀가루보다 조금 더 거친 BP 안에는 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 들어 있다. 여기에 황산을 부어 녹이는 등 공정을 거치자 같은 광물끼리 결정(結晶)이 돼 분리됐다.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뽑아낸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폐배터리 하나하나가 핵심 광물을 추출할 수 있는 돈 덩어리”라고 했다.

20일 전북 군산시 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곱게 간 '블랙 파우더'가 자루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 가루에서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뽑아내 배터리 만드는 데 사용한다. /환경부

환경부는 이런 폐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순환 자원’으로 간주해 폐기물 관련 규제를 전면적으로 푼다고 21일 밝혔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에너지원인 배터리(이차전지)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차전지 재료인 핵심 광물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 등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을 점차 옥죄고 있다.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늘려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배터리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폐배터리나 폐가전 등에서 주요 금속을 뽑아내 다시 쓰는 ‘도시 광산’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폐배터리 보관 기한을 ‘최대 30일’에서 ‘최대 180일’로 늘리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폐기물관리법을 고쳐 폐배터리에 예외를 두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의성 쓰레기산’ 사태를 겪은 후 폐기물을 장기간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폐기물을 구입하거나 받은 뒤 30일을 넘기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대량 수입해 핵심 광물을 뽑으려고 했지만, 기존 폐기물관리법에 발목이 잡혔다. 이를 계기로 환경부가 폐배터리에 한해 보관 기한을 연장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차전지 등 폐배터리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배터리 순환 시스템’은 EU(유럽연합)가 먼저 시작했다. EU는 올 8월 배터리법을 제정했다. 표면상 이유는 폐배터리의 유해 물질을 관리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는 핵심 광물이 들어있는 폐배터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폐기물로 묶어 수출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EU는 2027년부터 ‘배터리 여권’도 만들었다. 배터리의 수명, 충전 용량, 재활용 함량 등 전 과정을 추적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EU처럼 폐배터리를 ‘금값 자원’으로 인식하고 재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확 풀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해외에서 폐배터리 자체가 아닌 폐배터리를 갈아 BP 형태로 수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해줄 방침이다. 최근 폴란드에서 BP를 수입하려던 우리 기업이 EU의 BP 관련 폐기물 이동법을 잘 몰라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환경부는 2024년부터 ‘콜센터’를 운영해 기업들을 도울 계획이다. 재활용 시 경제성이 떨어져 대부분 버려지고 있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은 2020년 524억달러에서 2030년 3976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전기차 비율이 83% 정도다. 폐배터리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급이 2019년 3만5000대에서 작년 12만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2025년에는 113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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