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레일 철도보수인력, 獨의 2배… 작업시간은 獨-佛-英-日보다 짧아
외주인력 정규직 전환… 2000명 급증
인력 39%가 5년 미만… 숙련도 부족
“미흡한 장비-역량 부족에 사고 발생”
운영-유지보수 분리구조도 문제
2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철도안전체계 심층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 결과는 이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코레일 전반에 고착화돼 있다고 봤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이 위탁받아 독점하며 업무 지침 개선, 신규 장비 도입 등 필수 업무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무체계 변경으로 비효율이 누적되고 베테랑 근로자들이 은퇴한 빈자리를 저숙련 근로자가 채우며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1km당 유지보수 1.89명, 독일의 두 배 넘어
철도 유지보수 업무가 고비용 체계가 된 주된 이유로는 2018년 시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이 꼽혔다. 당시 약 1400명의 외주 인력을 정규직 인력으로 흡수하면서 약 5000명 규모였던 유지보수 근로자가 현재 7000명으로 급증했다. 선로에 작업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이유가 근로자가 많아서라는 의미다. 이런 문제는 철도노조 요구로 2019년부터 ‘4조 2교대’ 근무체계가 도입되며 더욱 악화됐다.
용역 보고서는 업무 비효율이 사고 위험과 직결된다고 봤다. 코레일의 시설 분야 현장 근로자는 업무 시간의 20%를 보고에 쓴다. 이는 독일(7%)과 프랑스(10%)의 2배 수준. 현장에서 모바일 기기 등으로 바로 보고하는 해외와 달리 사무소에 복귀해 종이에 글씨를 쓰는 수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 반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시간은 업무 시간의 24%에 그친다. 독일(38%)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국토부는 코레일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코레일에 기존 근무체계인 3조 2교대로 환원하라고 명령했다. 4조 2교대를 유지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코레일은 3조 2교대 환원을 거부하고, 안전성 검토를 추진해 현재 현장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 SR이 운영하고 코레일이 유지보수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가 분리된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광역철도의 경우 SR, 서울교통공사 등 운영사가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다. BCG는 “업무 분리로 시설 유지관리 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이 해외에 비해 복잡해 규정 완화나 업데이트 등에 매우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이후 베테랑 작업자의 은퇴가 늘면서 5년 미만의 신입이 증가하는 것도 작업자 역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 유지보수 인력(6882명) 중 5년 미만 신입은 2017년만 해도 14%에 그쳤지만 지난해 39%로 크게 늘었다. ‘허리 역할’을 하는 경력 5년 이상 15년 미만 근로자 비율은 이 기간 39%에서 8%로 급감했다.
직원 교육, 평가 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프랑스는 매년 직무 자격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한국은 직무 교육 자체가 5년 동안 21시간이다. 프랑스는 1∼3년 단위의 무작위 감사로 직원을 평가하는데, 한국은 별도 제도가 없다.
보고서는 코레일의 비효율 구조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경우 선로점검차로 레일 표면을 확인할 수 있지만, 내부 결함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신규 장비가 제때 도입되지 못한 것. 같은 해 7월 대전조차장역에서 발생한 SRT 탈선 사고도 선로 궤도의 뒤틀림이 감지됐는데도 제때 보수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선하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대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사람을 더 투입하면 안전을 위협받는다”며 “디지털 기술 도입과 인력 재배치 등으로 효율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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