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기준 10억→50억… “총선용 1년짜리 감세” 비판도

세종=김도형 기자 2023. 1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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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부터 국내 상장주식 한 종목을 5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투자자들만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한 종목을 일정 금액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한다.

그동안 보유 주식이 10억 원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편법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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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피하려 ‘대주주 연말 매도폭탄’
정부, 증시 변동성 줄이겠다지만
2025년 양도세 대체할 금투세 시행
전문가들 “전체 증시 영향 적을 것”
올해 말부터 국내 상장주식 한 종목을 5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투자자들만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큰손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1년짜리 감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체 투자자에게 효과 돌아가”

21일 기획재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가운데 종목당 보유금액을 현행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당장 올해 말부터 새롭게 바뀐 기준이 적용된다.

주식 양도세는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하고, 이들이 이듬해에 주식을 팔아 소득이 발생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한 종목을 일정 금액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한다. 세율은 양도차익의 20∼25%다.

이번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보유금액 기준이 5배로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 큰손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감세 혜택을 보게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투자자는 7045명이었다. 14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주식 투자 인구의 0.05%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접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적더라도 연말의 주식 매도세가 완화돼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그 효과는 전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5년부터 대주주 양도세를 완전히 대체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인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1년짜리 감세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 개인투자자들 반색, “영향 미미” 지적도

이에 따라 연말마다 반복됐던 ‘대주주 매도 폭탄’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각종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개인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카페에 “주식을 10억 원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라고 부르는 게 창피할 정도였는데 드디어 기준이 올라 다행”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보유 주식이 10억 원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편법을 써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2022년 중 개인투자자가 12월에 순매수를 한 연도는 2020년과 2022년뿐이었다. 올해도 최근 7거래일(12월 12∼20일) 동안 개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약 4조8700억 원에 달했다. 직전 7거래일(12월 1∼11일) 동안 순매도 규모가 2500억 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매도량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세 완화가 코스닥 시장의 일부 종목에 영향을 미칠 뿐 전체 증시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제도 때문에 매년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같은 패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지 주가 상승 요인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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