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크리스마스 휴전

강필희 기자 2023. 1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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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공통분모가 많다.

유대교는 야훼, 기독교는 여호와, 이슬람교는 알라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메시아가 아닌 선지자일 뿐이고, 기독교에선 성삼위일체의 하나님이다.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이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하마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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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공통분모가 많다. 일단 세 종교 모두 유일신을 믿는다. 유대교는 야훼, 기독교는 여호와, 이슬람교는 알라다. 이름은 다르지만 세 신이 같은 존재라는 게 정설이다. 믿음의 조상도 아브라함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아브라함 이후 세 종교는 갈라진다. 아브라함에게는 이스마엘과 이삭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이스마엘은 첩의 자식이고 이삭은 본처에게서 뒤늦게 났다. 이슬람교는 모계 혈통과 상관 없이 이스마엘을 장자로 본다.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적자는 이삭이다. 예수를 보는 시각 역시 다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메시아가 아닌 선지자일 뿐이고, 기독교에선 성삼위일체의 하나님이다. 예수 탄생을 기독교에서만 기리는 이유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지구촌 전체가 들썩이지만, 성경 어디에도 예수가 12월 25일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다. 예수 탄생을 묘사한 대목에서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양떼를 지킨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위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수 생일은 겨울이 아니라 봄철이었다는 추론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석 달 가까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크리스마스인 25일을 전후해 일주일가량 휴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인질 40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1주일간 전투를 멈추자고 이스라엘이 제안했고, 하마스도 일단 협상에는 응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공습을 먼저 중단하고 일시가 아닌 영구 종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스라엘 측도 협상장 밖에서 “하마스 제거” 운운하며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어 전망은 어둡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한차례 휴전 후 무차별 교전을 재개했고 양측 민간인 사망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개전 이래 첫 겨울을 맞아 서부전선에서 참호를 파고 대치 중이던 영국군과 독일군 진영에 갑자기 캐럴이 울려 퍼졌다. 괴로움에 지친 누군가가 시작한 노래였다. 그 소리가 양측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총 대신 촛불과 트리를 들게 했다. 영화로도 소개된 ‘크리스마스 휴전’이다. 크리스마스가 예수 탄생일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사랑과 평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이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하마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든 총성을 멈추고 무고한 희생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적지 않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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