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쉬던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남자농구에 무슨 일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금 역대 최악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위. 역대 최악 성적으로 마쳤다. 중국과 일본, 이란 등 경쟁국들이 2진급을 내보내 내심 금메달을 노렸는데 결과는 참사로 끝났다. 파리올림픽 출전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한농구협회는 환골탈태하겠다면서 쇄신을 내걸고 새 감독을 모집했다. 그 결과, 안준호(67) 전 서울 삼성 감독을 사실상 낙점했다. 농구계 원로이자 2011년 삼성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12년 동안 현장 경험이 없는 지도자다. 안 감독은 지도자 시절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삼성 감독으로 우승도 한 차례 경험했다. 그러나 그건 17년 전 일이다. 뭔가 새로운 발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참신한 지도자를 중용해야 하는 시점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농구 대표팀 감독은 공모제다. 원래 프로팀 사령탑이 1년씩 대회 때마다 맡았는데 다들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2017년부터 공모를 통해 전임제로 바꿨다. 그런데 이게 맹점이었다. 연봉(1억원)도 프로팀에 비해 적고 선정 기준을 프로·대학 등 지도 경력에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두다 보니 프로팀 감독을 하다 그만둔 나이 많은 지도자들이 주로 뽑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축구 대표팀 감독처럼 광범위한 후보자를 놓고 분석과 검토를 거쳐 최적 대안을 찾는 게 아니다. 지원자도 많지 않다.
농구계 최신 흐름을 민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을 초빙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발에 부딪혔다. “외국인 감독을 모시려면 그와 함께 일하는 코칭스태프의 월급, 체류비도 전부 협회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는 예산상 어렵다”는 이유다.
농구협회는 뭔 문제만 생기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투덜댄다. 2m에 육박하는 선수들 전용 버스로 마을버스 크기만 한 25인승을 제공하고, 곰팡이가 펴 있는 연습복이 허다하며, 변변한 평가전 상대도 초청하지 못한다. 다 예산 탓이란다. 양궁협회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협회장으로 추대해 지원을 받으며 성적을 내고, 축구협회가 스폰서 브랜드 계약과 국제 대회 상금으로 재정자립에 애를 쓰고 있지만 농구협회는 최악의 위기에도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결과가 그걸 방증한다. 협회 관계자는 “아마추어 대회도 유치하고, 뛰어다니며 영업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전보다 농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탓에 후원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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