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벌써 제비가 기다려진다”

허행윤 기자 2023. 1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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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인데 벌써 제비 얘기를 꺼내본다. 그만큼 날씨가 매섭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그래서일까. 봄이 그립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하다. 주로 날벌레를 먹는다는 점에서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도 지정됐다. 국내에선 전통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각인된 조류다.

1980년까지는 참새만큼이나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체수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도 개체수가 1년에 6.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봄철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제비가 닷새 빨리 온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됐다. 21일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에 따르면 2007~2021년 흑산도에서 실시한 정기모니터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비가 한반도로 오는 날짜(도래일)와 봄철 평균기온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제비 첫 도래일은 3월17일(±6.7일), 평균 도래일은 4월25일(±4.8일) 등이었다.

2007~2021년 흑산도 3월 평균기온과 4월 평균기온은 각각 5.3~9.0도, 8.9~12.8도를 기록했다. 첫 도래일은 3월 평균기온이 1도 높아지면 1.6일 빨라지고 평균 도래일은 4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0.5일 빨라졌다.

제비와 친척인 귀제비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귀제비 첫 도래일과 평균 도래일은 각각 4월6일(±9.0일)과 5월13일(±9.0일)이었는데 첫 도래일은 4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2.1일 빨라지고 평균 도래일은 5월 평균기온이 1도 높아지면 4.8일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제비 도래일과 봄철 평균기온 간 정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올해 봄은 예년보다 얼마나 따뜻했을까. 엄동설한을 이겨낼 결심은 하지 않고 봄만 기다리는 심성이 머쓱하기만 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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