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탄소중립과 경로 의존성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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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더라도 변화를 선택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해오던 것을 더 잘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경로 의존성이다.
그럼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술혁신의 경로 의존성에서 탈피해 친환경 기술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이 첫 출시됐을 때 디지털 분야에서는 경로 의존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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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CO2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제활동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한때는 가짜뉴스처럼 보였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이 과학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경제성장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풍요와 성장둔화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는 성급한 주장이다. 그럼 이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
기술혁신을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른바 경로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면서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그 결과 상당한 지식을 축적해왔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내연기관의 역사를 보면 그 기술이 얼마나 획기적으로 발달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초기 단계의 투자는 화석연료와 관련된 투자에 비해 효율성이 낮고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정기술도 장기적으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술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갖출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보다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로 의존성으로 인해 청정기술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지난다고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혁신연구의 대가인 필리프 아기옹 교수는 1978년에서 2005년까지 80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연구한 논문에서 내연기관과 관련된 특허를 많이 가진 제조업체일수록 내연기관과 관련된 기술혁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경로 의존성은 에너지산업에서도 관찰된다. 조엘 노아일리 교수는 1978년에서 2006년까지 유럽에 있는 5471개의 전력생산업체를 분석해 전력생산업에서도 상당한 경로 의존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더라도 변화를 선택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해오던 것을 더 잘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경로 의존성이다. 그럼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술혁신의 경로 의존성에서 탈피해 친환경 기술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학자들은 탄소가격 정책과 보조금제도가 기술혁신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데 효과적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기옹 교수는 탄소세 등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10% 상승하면 화석연료 관련 특허는 5%만큼 감소하지만 친환경 기술특허는 10% 증가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으로 인해 초래되는 디지털 기반의 기술혁신은 경로 의존성이 크지 않다. 우리는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이 첫 출시됐을 때 디지털 분야에서는 경로 의존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그러나 저탄소 체계로 가는 친환경 기술 혁신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성공 여부는 경로 의존성을 어떻게 지혜롭게 탈피하느냐에 달렸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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