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암 치료 '희망의 아이콘 중입자'
2023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시점에서 우리나라 의료계의 가장 큰 뉴스는 중입자치료의 시작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입자치료는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 치료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범위를 좁혀서 말한다면 아마도 탄소이온치료라 할 수 있다. 이 치료법에 대해서 최대한 간략히 설명하면 탄소이온은 극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압차에 의해 가속될 수 있고 가속기에서 계속 가속을 하면 빛의 속도의 약 70%까지 가속할 수 있는데 이런 초고속의 탄소이온을 몸속의 종양에 1㎜ 이하 오차범위로 매우 정밀하게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대부분 전자를 가속해 직접 종양에 조사하거나 엑스레이(X-ray)로 변환해 암세포를 없애는 방법이다. 그 외 양성자치료법이 있는데 수소이온인 양성자를 가속기에서 가속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탄소는 이런 전자나 양성자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중입자로 불리고 현재 임상에서 환자들의 치료에 대부분 적용되는 중입자치료는 탄소이온치료다.
이런 중입자치료를 국내에서 시행하려면 100% 외국에서 장비를 들여와야 하고 비용은 최소 3000억원이 필요하다.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특수한 건물을 지어야 하고 장비는 철저히 주문생산 방식이다. 중입자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치료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고, 건축설계를 하고, 장비를 발주하고 조립해서 실제 환자에게 치료하기까지는 빨라야 5년, 통상 7년 정도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최첨단 의료용 특수장비는 현재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가장 앞서 나가고 유럽이 뒤를 따른다. 일본은 현재 약 7개 시설에서 중입자치료를 시행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 영역에서는 단연 가장 앞서간다.
이런 고비용이 드는 중입자치료에 대해서 비용 대비 효과가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암환자의 치료방법 중에서 더 좋은 치료법이라고 증명되려면 기존 치료 대비 생존율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상3상 연구가 진행돼야 최종 판단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이런 전향적 무작위 이중맹검 3상 임상연구가 경제적 이유나 윤리적 문제 등 현실적인 사안들을 고려할 때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그리고 이제까지의 임상경험을 종합해보면 중입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우수하고 발전된 치료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미래에는 입자치료 중심으로 방사선치료가 진화해갈 것에 대해서는 이미 30년째 동 분야에서 종사하는 임상의사로서 보이는 미래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중입자치료를 시작하려고 시도한 병원은 원자력의료원이다. 원자력의료원에서는 국내기술로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중입자치료 시대를 열려고 했지만 개발비와 동 분야 개발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아쉽게도 실패했다.
연세암센터는 올해 4월부터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 역사의 한 페이지가 쓰인 해라고 격찬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친분으로 연세암센터가 중입자치료에 대한 도입결정을 할 때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고 있는데 당시 해당 주무과인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양성자치료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연세의료원장은 양성자치료보다 중입자치료가 더 우수하고 앞으로 입자치료의 방향은 중입자치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양성자치료기 도입에서 중입자치료기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지시했다. 연세의료원장은 심장내과 전문가임에도 이런 파격적 결정을 했다.
현재 연세암센터에 도입된 중입자시설은 세계 최고의 중입자시설이라고 해도 장비 면에서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연세암센터의 선구자적인 출발이 국내에서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방법을 찾지 못해 해외로 나가던 암환자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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