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그마’ 정신으로 LPGA 투어 향하는 이소미[주목 이선수]

주미희 2023. 12.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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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Q시리즈 ‘차석’으로 미국 진출 이소미
모토는 “목표 달성 실패해도 끝까지 노력하자”
올해 하반기부터 새벽 6시에 일어나 5km 달리기
“최고의 선수 되려면 남들과 달라야 하니까요”
“고생길 훤하지만…한국 선수로 참가하는 것 뿌듯”
이소미(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열심히 노력하고도 목표한 걸 이루지 못했을 때, 실망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럼 언젠가는 제 잠재력이 터질 테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중꺾그마’ 정신이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차석으로 통과한 이소미(24)는 내년 LPGA 투어 정식 데뷔를 앞두고 ‘중꺾그마’의 정신을 되새겼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변형한 ‘중꺾그마’는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담는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한 이소미는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LPGA 투어 데뷔를 위해 캐디와 개인 매니저를 구하고 있고 비자 발급 등 일 처리를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예년과 달리 휴식 기간이 10일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이소미는 지난 6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끝난 LPGA 투어 Q 시리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6라운드 10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되는 Q 시리즈에서는 상위 20위 안에 든 선수에게 내년 LPGA 투어 풀 시드를 준다. 5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이소미는 마지막 날 선두를 내주고 공동 2위로 마무리했는데, 본인도 “수석을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 인생에 ‘한 방’은 없는 줄 알았는데, LPGA 투어에 한 방에 붙을 줄은 몰랐다”며 깔깔 웃었다.

이소미는 지난해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둔 정상급 선수다. 올해는 준우승 2회, 3위 4회를 기록하며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우승은 없었다. 이소미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우승 욕심이 많았던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고 솔직하게 터놨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할 때마다 ‘정신력’의 문제 때문이었다고 자평한 그는 하반기에는 대회를 마친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5km씩 내달렸다고 한다. 너무 피곤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싫지만, 이걸 극복하는 것이 곧 정신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소미는 “요즘 엄청난 한파인데 내일도 찬바람을 맞으며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극한으로 본인을 몰아세우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이소미는 “요즘에 ‘내가 언제까지 1등 옆에서 박수만 쳐주고 있어야 하지. 내가 박수를 받는 자리에 오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미는 “최고가 되려면 남들과 행동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달리기하고 연습하는 것”이라며 “올해 우승을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동계훈련에서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는 LPGA 투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LPGA 투어 Q 시리즈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했다. 안나린, 유해란 등 최근 2년 연속 Q 시리즈 수석을 배출한 캐디를 구했고, 캐디와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영어 공부도 틈틈이 했다. 무엇보다 이소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대회가 열린 앨라배마에는 한식당은커녕 한국인도 거의 거주하지 않는 곳. 그런 곳에서 이소미는 우연히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을 알게 됐다. 이소미는 “그분이 대회 기간 내내 한식을 바리바리 싸주셨다. 악천후 때문에 대회가 하루 취소되고 골프장도 모두 문을 열지 않아 공쳤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는데, 그분 집에 있는 연습 공간에서 드라이버까지 모든 클럽을 연습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배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제가 Q 시리즈를 좋은 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던 데 그분의 도움이 50%는 차지하는 것 같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소미는 “고생길이 훤하다”고 했다. 25세에 다시 루키 신세가 된 그는 “한국에서 신인상을 받지 못해서 LPGA 투어 신인상이 정말 탐난다”면서도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하자는 마인드여서 당장 내일 연습하고 뛰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결과에 대한 자신은 없지만 과정만큼은 충실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꾸준하게 저만의 과정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소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설렌다고 밝혔다. 신인상, 우승, 적응 다 중요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TV로 LPGA 투어 경기를 시청하다가 1위 옆에 태극기가 올라가 있는 걸 볼 때 가장 짜릿했어요. 저는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거든요. 전생에 독립운동가였나 봐요. 하하.”

(사진=AFPBBNews)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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