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승소 강제동원 피해자도 적용…다시 시험대 오른 '3자 변제안'
'2차 소송' 대법원 판결…11명 총 11억 7천만원 확정
'자발적 기여'에만 의지…日 무성의한 태도도 여론 자극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일제 강제동원 과거사 해법인 '제3자 변제안'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21일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도 '제3자 변제안'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제3자 변제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일본 가해 기업 대신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3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을 당시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하겠다"며 일본 측 참여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본 측의 직접 사죄나 기금 참여 없이 법적 부담만 덜어준 '반쪽짜리 해법'이란 비판이 거셌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판결에 대해서도 3월 발표한 강제징용(동원)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3월 입장발표 이후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정부 해법에 대해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다양한 방식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유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각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는 본 원심을 모두 확정했다. 해당 소송은 2012년 시작된 강제동원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뒤 다른 피해자 11명이2014년 제기한 것으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앞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11명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다. 지급액은 1인당 2억3000만~2억9000만 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2명을 포함한 4명은 정부 해법을 거부해 재단이 법원 공탁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 해법 적용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재원 부족' 우려가 나온다. 10월 기준 재단에 기부된 총액은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출연한 40억 원을 포함, 41억1400만원이다. 여기서 정부 해법을 수용한 이들에게 지급된 약 25억 원, 법원에 공탁할 약 10억원을 제해 재단 기금은 5억 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2차 소송 원고에게 지급될 판결금 등은 총 11억 7천만 원으로 확정됐다. 게다가 현재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60여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판결금을 수령할 피해자·유족 규모가 커질 만큼 기금이 채워질 지 불투명하다. 자발적 참여에만 기댄 정부 해법의 한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측의 통 큰 '과거사 양보'에도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국내 여론을 자극하는 요소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당 판결은 일한(한일)청구권협정 제2조를 명백하게 반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했다. 소송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도 '판결 결과에 유감이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변인은 일본 측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선 "기존에 표명한 입장과 유사하다"고 했다. 이어 "제3자 변제안은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기존 우리 해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고 일본 측과 필요한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조치에 재단 재원 확충도 포함되느냐는 물음에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포함해 필요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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