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 이재명이 김대중·노무현과 다른 점
달변, ‘사이다’ 언행, ‘소수자’ 등 닮은 점 많지만 다른 점도 많아
이낙연 전 대표는 왜 새로운 선택지를 말할까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우리 당이 어떤 당인데."
더불어민주당이 위기에 처하거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혹은 제3자가 당을 폄훼하거나 나쁜 의도로 말할 때 이에 대한 설명이나 대답으로 당원이나 당 관계자들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짧은 한마디에 애당심을 넘어 긍지나 자부심 그 이상의 느낌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그 대답에는 역대 정치인들 중 존경 순서 1, 2위를 다투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고 헌정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 시민참여 민주주의로 한국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꾼 당이라는 자부심이 뭍어난다. 또 민주 정치를 주도하는 공당이며 바탕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라고 웅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정당·의회 정치가 민주주의의 본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통합정신이기도 하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최고위원제를 신설해 집중되어 있는 총재 권한을 분산했다. 총재 지분의 30%를 비주류 몫으로 돌렸고, 당시 비주류 김상현·정대철은 그 지분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며 세력을 유지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 선언으로 열린우리당이 당의장 선출제를 도입할수 있게 해 대통령과의 수평적 관계도 이뤄냈다. 앞서 2002년 대선 때는 후보단일화협의회의 요구를 수용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결단했다.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단과 포용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팬덤, 열성 지지층과 두 전직 대통령은 상호 존중하는 관계였다. 지도자는 지지층에게 지지의 명분을, 지지층은 지도자가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할 뿐이었다. 김 전 대통령 지지층은 김대중 정부의 동진 정책을 호남 소외를 더 크게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를 동원하거나 정치행동에 나서달라고 하지 않았다. 노사모는 권력을 잡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통령 하고 싶다니까 도왔을 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겹쳐 생각하면 ‘민주 야당’에 뿌리를 둔 ‘자유주의 정당’의 지도자라는 점 등 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점이 여럿 떠오른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는 공통점이 너무 많다. 달변과 ‘사이다’ 언행, 진보적 정책 노선외에도 한국 사회의 ‘소수자’, ‘비주류’ 출신인 점도 그렇다.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가 됐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운 청소년기를 지낸 점도 닮았다. 더 찾아보면 학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같은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도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은 아예 대학 근처도 못 갔다. 이 대표도 세칭 명문대 출신은 아니다. 정치 입문 뒤 당내에서도 비주류였고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포퓰리스트’적 정치를 추구했다는 점도 그래서 닮았는지도 모른다.
이 대표는 딱 여기까지다. 굳이 시기를 나누자면 대선 출마 전과 출마 후다. 둘은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아직 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떤면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을 한참 넘어선다.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다. 그들이 엄두는 물론 생각하지도 못했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하지만 국회의원 과반 이상을 이끌고 있는 거대야당 민주당 대표라는 점에서 정치적 비중은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에 크게 못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 출마라는 자기희생으로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그 결과는 불리함을 딛고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다.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큰 것을 얻은 ‘소실대탐의 길’이었고 죽음으로써 오히려 살아난 ‘사즉생의 길’이었다.
반면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재·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살았던 분당이 아닌 정치적 파트너 송영길 전 의원의 선거구인 인천 계양을을 물려받아 당선된다. 현재로서는 ‘소탐대실 정치인’ ‘눈 앞 실리에만 약은 정치인’이라고 말하면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연고지를 버리고 연고 없는 곳으로 ‘도주한’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성 싶다.
그래서 ‘큰 정치’를 하는 정치 지도자는 아닌 듯하나 지난 대선 때 보여준 화려하고도 뛰어난 언변과 지지층(개딸)을 활용한 처세술과 장악력을 동력으로 사법리스크 등 지금까지 여러가지 암초를 피해 민주당의 수장에 올랐다.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이 되다시피 했다. ‘개딸’(개혁의 딸) 등 극성 지지자들의 횡포와 압박에 둘러싸여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정당이 되어버린 민주당에 정상적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방탄 정당’ ‘팬덤 정당’ ‘도덕불감증 정당’ 등 온갖 부정적 수식어는 브랜드가 되어간다.
여기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승자독식의 낡은 ‘정치교체’를 위해 다당제를 추진하겠다는 지난 대선의 공약을 던져버리고 낡은 병립제로 회귀하는 것도 확실해졌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한 소탐대실의 '명언'까지 남긴다. 니콜로 마키아밸리가 ‘스승님’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새삼스럽지 않아 보인다
뼛속까지 민주당인 이낙연 전 대표가 오죽하면 "새로운 선택지가 나와야 한다"며 친정을 버리고 신당 창당을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만 5선 국회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 당대표 등 ‘대통령 빼고는 다 경험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는 건 성직자처럼 도덕적이라는 게 아니다. 국민 평균만큼이라도 깨끗하고 정직해다오, 이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말한 대목이 현재 이재명 민주당을 한마디로 설명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원칙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림으로써 국민들에게 짜증과 실망만 주는 ‘소탐대실’로 요약되는 살려다 죽는 ‘생즉사 이재명의 길’을 갈 것인가?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점차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갑자기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이재명 민주당은 앞으로 김대중·노무현정신을 언급하지 않는 게 덜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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