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인공지능이 여는 블루칼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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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미국 물류업체 UPS는 파격적인 임금 협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노사 합의로 정규직 택배기사의 연봉을 연 14만5000달러(약 1억9000만 원)에서 17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화이트칼라들이 고용불안에 떠는 것과 달리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직의 몸값은 금값이 됐다.
이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루칼라 직종이 노다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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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 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의 마스터급 배관공은 연 9만6351달러(약 1억2600만 원)를 번다. 배관공, 용접공, 수리공 등 숙련공의 상당수가 억대 연봉을 자랑한다.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기술인 데다 고령화로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몸값이 뛰었다. 미국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고장·수리 서비스, 접객 및 요리, 농업, 헬스케어 등을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았다.
▷산업혁명이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촉발했듯 그동안 기술의 발전은 대개 육체노동을 대체하면서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의 공습은 정반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OECD 국가 일자리의 16.8%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로 법률, 문화, 과학, 공학, 관리자, 최고경영자 등 화이트칼라 직종이 주요 타깃이 됐다.
▷현장직, 기술직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한국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10년 만에 기술직(생산직) 채용에 나서자 ‘킹산직’(왕과 생산직의 합성어)으로 불리며 취업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한 채용플랫폼이 취준생 2400여 명에게 물어보니 월급, 워라밸 등 조건이 괜찮다면 생산직으로 취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7%나 됐다. 연봉과 성취감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들에게 땀 흘린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손노동’은 매력적이다. 유튜브 등을 보면 목공, 타일, 배관, 인테리어 등의 기술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젊은 기술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이 시원찮으면 “그냥 기술이나 배워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이젠 ‘안 되면 기술이나’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할 시대가 됐다. 애매한 사무직은 AI로, 단순노동직은 로봇으로 쉽게 대체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고급 블루칼라와 AI를 다루는 고급 화이트칼라만 살아남는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에 ‘킬러문항’이 있나 없나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닌 듯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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