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전세사기 피해자 1만명, “지원 사각지대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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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가 1만 명을 넘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올해 6월부터 이달 19일까지 17차례에 걸쳐 피해 신청 1만2537건을 검토했고, 그중 1만256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정부 역시 무엇은 가능하고 무엇은 불가능한지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피해자들에게 그리고 국회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그게 이 살을 에는 추위에도 거리에서 특별법 개정을 외치는 피해자들이 진짜 원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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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시연구소가 10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2711만 원이다. 단순 계산해도 1조30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심지어 전세사기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의 인천이나 서울 외에 수원,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라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계속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전세사기 사건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1만 명이라는 숫자만큼이나 피해자들의 사연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불법 건축물인 줄 모르고 계약했다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도 있고, 신탁회사에 집이 이미 넘어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전월세 계약을 한 경우도 있다. 임대차 계약을 한 뒤 집주인이 파산신청을 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뒤 6개월도 되지 않아 발의된 개정안이 8건이나 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반영한다.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바로 구제되는 것도 아니다. 경매 등 기나긴 법적 절차를 버텨야 하고,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말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는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느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국가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갚아주고, 이후 회수하라는 것이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그 편이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HUG가 내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후회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자칫하면 사기 가해자들이 갚아야 할 돈을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갚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같은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나, 보증료를 추가로 내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던 보증보험 가입 세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선구제 후회수를 외치며 날을 세우기만 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정쟁에 이용하는 일일 뿐이다. 국회의 할 일은 여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있다. 피해자들이 ‘집’이라는 삶의 필수 요소를 침해당했다는 점을 고려해 수조 원의 세금을 투입할지, 논의에 오랜 시간이 걸릴 ‘선구제’ 대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집중할지를 정해야 한다. 정부 역시 무엇은 가능하고 무엇은 불가능한지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피해자들에게 그리고 국회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그게 이 살을 에는 추위에도 거리에서 특별법 개정을 외치는 피해자들이 진짜 원하는 일일 것이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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