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주식투자자에게만 유리한 대주주 기준 완화…7천억 세수 손실?

이정훈 기자 2023. 12. 2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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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을 강조한 정부가 결국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년 전 기준으로 후퇴시켰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2013년 기준인 종목당 50억원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재정건전성을 나라살림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는데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이라는 표면적으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감세를 추진하는 표리부동한 행태를 벌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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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관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오른쪽)과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이 2023년 12월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기준 조정과 관련해 주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전재정’을 강조한 정부가 결국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년 전 기준으로 후퇴시켰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2013년 기준인 종목당 50억원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12월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밝혔다. 26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연내 개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지 며칠 안 돼 이를 수정한 셈이다.

주식 거래는 그동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달리 주식거래세만 부과돼왔다. 다만 대주주는 예외였는데, 그 기준은 강화돼왔다. 2000년 종목당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2013년), 25억원(2016년), 15억원(2018년), 10억원(2020년)으로 세금 부과 대상을 넓혀왔다. 정부는 2013년 기준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22년 주식양도세를 낸 사람은 7050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1384만 명(2021년 기준)의 0.05%에 불과했다. 50억원으로 상향될 경우 대상자는 더욱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에 법인세, 부동산세를 완화한 데 이어 2023년엔 고소득자가 많은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을 좁혀 ‘부자감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 소속 위원들은 7천억원 이상의 세수 감소를 예상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재정건전성을 나라살림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는데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이라는 표면적으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감세를 추진하는 표리부동한 행태를 벌였다”고 밝혔다. 정부도 세수 감소는 인정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수 차원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지만 2023년 발표한 재추계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정부의 대주주 양도세 완화 발표라는 호재에도 전일보다 14.28포인트(0.55%) 내린 2600.22로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히 개인이 503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3억원, 3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대조를 보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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