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3〉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2023. 12. 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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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마침내 금의환향한 영웅의 기상과 패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였다.

하여 벅찬 감회 속에서 영웅은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라며 새삼 우려와 다짐을 곱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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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
(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

―‘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반란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劉邦)이 조정으로 귀환하면서 부른 개선가. 초왕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 통일을 이루긴 했지만 연왕(燕王), 회남왕(淮南王) 등 제후들의 반란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 회남왕 영포(英布)의 반란을 진압한 유방이 고향 땅 패현(沛縣)을 지나면서 고향 사람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마침내 금의환향한 영웅의 기상과 패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였다. 한편, 그가 수성(守城)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여 벅찬 감회 속에서 영웅은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라며 새삼 우려와 다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날 그랬듯이 언제 또다시 이 천지에 ‘큰바람 일고 구름이 흩날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승리자로서의 비애가 내면에서 꿈틀댔을 것이다. 노래 전체는 3구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과거, 현재, 미래가 순차적으로 농축되어 있다.

농민 집안 출신으로 젊은 시절 주색에 빠져 건달 생활을 한 탓에 지식 기반이 허약했던 때문일까. 그가 남긴 작품은 시 2수가 전부인데 다른 하나는 ‘큰고니의 노래(홍곡가·鴻鵠歌)’다. ‘큰고니 한 번에 천 리를 나는데, 날개가 이미 자라 온 천지를 나는구나./온 천지를 날아다니니 어찌하리오. 화살이 있다 한들 어찌 쏘리오.’ 황태자를 교체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그 좌절감을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투박하리만치 뚝뚝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창업 제왕의 소탈한 면모를 잘 담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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