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저출산 문제 외면하는 정치권

이희경 2023. 12. 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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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발표한 '저출산 심층원인 및 대책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34세 인구 규모는 2026년까지 366만명까지 증가하지만 이후 감소세가 시작돼 2034년에는 200만명대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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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특정 부문에 대한 지출 증가와 같은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시점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경쟁 없이 살아남기 힘든 교육 현실에 대한 좌절감, 내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청년세대의 우려, 공고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사회 각 부문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국민 모두가 알고 있어 이를 결집할 정치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정부 입장도 이 연구위원의 진단과 비슷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언론이 저출산 문제를 최대한 심각한 어조로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인 한국 저출산의 현실을 최대한 충격적인 단어로 강조해야 정치권이 그나마 움직여 효과적인 정책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한국의 저출산은 국제적으로 연구 및 관찰 대상이 된 지 오래다. 6년 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을 ‘집단자살’사회로 규정했고, 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의 현실을 두고 최근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드러난 통계는 더욱 어두워졌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중위 추계 기준 합계출산율 저점은 종전 2024년(0.70명)에서 2025년(0.65명)으로 늦춰졌고 수준도 악화했다. 중위 추계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저위 추계 합계출산율 저점은 2026년 0.59명으로 예측됐는데, 그간 저위 추계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합계출산율 0.65명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결과 한국의 인구는 2072년 3622만명(중위 추계)으로 예측된 가운데 최악의 경우(저위 추계) 1967년 수준인 3017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산의 골든타임은 10년 남짓 남았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발표한 ‘저출산 심층원인 및 대책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34세 인구 규모는 2026년까지 366만명까지 증가하지만 이후 감소세가 시작돼 2034년에는 200만명대로 줄어든다.

하지만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정치권은 태평하기 그지없다. 앞으로 경제성장률 및 재정 악화, 병력 부족 등 각 부문에 충격파를 몰고 올 저출산의 해결책을 두고 치열한 격론을 벌여야 마땅하지만 여야는 코앞에 닥친 총선 승리 전략에만 몰두, 이전투구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0~1세에 한정돼 있는 아동수당을 프랑스나 독일처럼 17~18세까지 확대하는 정책, 임금 근로자만이 아닌 전체 출산 가정을 위한 보편적 육아휴직 도입이나 장시간 근로 시간의 축소 방안 등 각종 저출산 대응책이 담긴 국회 보고서(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방향)도 지난 10월 발간됐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쿵쾅거리는 진동을 통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멀리 있다고 안심하다 막상 마주치면 큰 변을 당하는 ‘회색코뿔소’의 교훈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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