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학생인권조례 논쟁 다시보기
합리적인 논쟁의 장서 해법 모색을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후 17개 시도교육청 중 7개 교육청(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에서 시행되고 있다. 교사가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이른바 ‘오장풍’ 교사 사건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기가 되었다. 인권조례 제정에 대해 보수진영의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진보진영은 이를 강행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2조에 의하면 “‘학생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권리 중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말한다.”고 되어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헌법 제31조에 의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만, 정치집단이 생각하는 교육은 가장 정치적인 활동이고 정치이념 구현을 위해 손에 넣어야 할 핵심 수단인 것 같다.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인권조례로 인해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 통계 자료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4년 구정화 연구에 따르면 인권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교육권 존중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청이 조례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체벌 등 강압적 지도 방법이 다시 확산하고 자유로운 두발과 복장 등 민주적이었던 학생생활규정이 다시 후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양한 법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우려 또한 과장되어 있다. 이 주장에 공감하기보다는 교사를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불편해하는 교사가 더 많을 것이다.
폐지 논란의 진짜 핵심은 밖으로 내세우고 있는 교권 보호나 학생인권 보호가 아니라 어른들의 싸움인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2006년부터 시작하여 총 여덟 번 발의되었으나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들의 입장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해 ‘성적 지향’ 근거를 없애고자 하고, 진보진영은 이를 지킴으로써 ‘차별금지법’ 통과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 모두 청소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고 하겠지만, 현실은 청소년들을 이념 대립의 중심으로 끌어넣어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차제에 국가교육위원회 혹은 국회가 주도하여 ‘성적 지향’을 비롯한 갈등이 되는 내용 포함 여부에 대해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열린 논의를 진행하길 기대한다. 합리적 논쟁의 장에서 교원 및 생각이 유연한 청년들도 공동 주체가 되게 하고, 이들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가며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적 해법이 될 것이다.
교권과 학생인권 보호보다는 이념 구현에만 관심이 높은 극단적인 진보와 보수 진영의 행태에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국민들이 이를 표심으로 보여주어야만 이들이 합리적인 진보와 보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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