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참사 잊히지 않게 장편으로 더 많이 기록하겠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각자 집에서, 병원에서 견디면서 참사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1년부터 전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전문가 50여명을 만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류이 감독은 21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환경시민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미디어운동가인 류 감독은 이날 대상 격인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류 감독은 “3년째 아직 단편 다큐멘터리 두 편밖에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피해자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환경시민상 수상을) 장편 다큐를 만들어 극장에 걸도록 노력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이 갈가리 찢기고, 가정 파탄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며 “가습기살균제 이슈를 다시 점화시키려면 저를 포함해 미디어들이 대오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류 감독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관심이 적어진 상황에서 오랜 기간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하고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이 매우 소중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포함한 전국 71개 환경단체는 이날 오후 온·오프라인으로 ‘제12회 환경보건시민대회’를 열고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피해, 대기오염 등 환경보건 문제,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해 활동해온 이들에게 환경시민상과 환경감사패를 시상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반대 부산운동본부’는 류 감독과 공동으로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환경감사패 수상자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대사관 앞에서 120회 넘게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구희현 안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포함한 7명이 선정됐다. 구 의장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했던 이날도 1인 시위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SK, 애경 등의 형사재판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선미씨와 채경선씨, 역시 피해자이면서 가습기살균제뿐 아니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다양한 환경보건 문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김동후군도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종성 장항제련소 중금속오염피해대책위원회 사무국장과 윤예성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활동가, 조영우 석면조사분석기관 ISAA엔지니어링 대표도 감사패를 받았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환경시민상은 주로 환경보건 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벌여온 피해자와 활동가들에게 수여한다. 지난해에는 낙동강 녹조로 인한 독소가 농작물과 공기까지 오염시키고 있음을 밝혀낸 이승준 부경대 교수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 등이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이날 환경보건시민대회에서는 시상식에 이어 전국 38곳과 해외 4곳의 피해자,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현장 상황을 공유했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전남 광양 광양제철공단과 하동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김재신씨는 “인근 사업장들의 비산먼지, 쇳가루 때문에 폐암 환자들이 많고, 겨울철에는 호흡기 환자도 많다”고 피해 현황을 전했다. 김씨는 “아직 피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고, 포스코 등에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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