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왼발잡이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더 위력적인 이유[심재희의 골라인]
후반전 오른쪽 이동 후 선제골 AS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윙'은 중요한 포지션이다. 측면에 기본 배치돼 기회를 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클래식 윙어'가 교과서로 통했다.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로 상대 측면을 파고든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센터포워드의 득점을 돕는다. '클래식 윙어'가 맡는 주요 임무다.
축구가 진화하면서 주요 포지션인 윙도 진화했다. '클래식 윙어'가 조금씩 줄어들고 윙포워드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흔히 말하는 '반대 발 윙어'가 득세했다. '클래식 윙어'에겐 크로스를 올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오른쪽 윙은 오른발, 왼쪽 윙은 왼발을 잘 써야했다. 그러다가 공격 방향을 기준으로 반대 발을 쓰는 윙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인사이드 커터', '윙포워드' 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무시무시한 공격력으로 축구 전형과 전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크로스를 올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며 '반대 발'로 득점을 직접 노렸다. 처음엔 매우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반대 발 윙'들이 골을 점점 더 많이 넣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억을 되돌려 보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런 흐름 속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 '클래식 윙어'보다 '윙포워드'를 배치하는 팀이 더 많다. 아예 가운데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제로 톱'이라는 새로운 전술도 생겼다. 그만큼 날개 공격수들이 다재다능하고 득점력 또한 뛰어나기에 축구 판도가 크게 변했다.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커버하고 공격포인트를 생산하는 선수들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이강인은 왼쪽, 오른쪽, 중앙을 모두 커버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특히, 최근에는 오른쪽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눈길을 끈다. PSG와 한국 대표팀에서 모두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찬스를 만들며 득점까지 올려 주목을 받았다. 왼발 스페셜리스트인 그가 '반대 발 윙'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21일(한국 시각) FC 메스와 2023-2024 프랑스 리그1 17라운드 홈 경기에서 출전해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3-4-3 전형의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가며 여러 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건넸다. 하지만 PSG의 공격 마무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후반전 들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우향우' 명령을 받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겨 그라운드를 누볐다.
곧바로 믿음에 부응했다. 후반 4분 날카로운 칼날 크로스로 비티냐의 선제골을 도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몸을 흔들며 중심을 무너뜨렸다. 순간적인 짧은 왼발 드리블로 공을 꺾어 가운데로 공간을 열었고, 왼발 크로스를 올려 비티냐의 헤더 슈팅을 이끌어냈다. '시그니처 움직임'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선제골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결국 이강인의 도움을 등에 업은 PSG는 킬리안 음바페의 멀티골까지 더해 메스를 3-1로 제압했다.
이처럼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더 위력적인 이유는 공격적으로 더 빛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클래식 윙어부터 현재 윙포워드까지 변화를 떠올리면 설명의 이해가 쉬워진다. 왼발을 주로 쓰는 그가 오른쪽에 자리해 드리블과 돌파로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고, 슈팅까지 연결하며 공격력을 끌어올린다. 오른쪽에서 중앙까지 침투하며 경기를 지배한 아르옌 로벤, 리오넬 메시 같은 선수들처럼 '반대 발 윙'으로 가치를 더한 셈이다. 최근에는 오른발 사용 능력까지 좋아져 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추구하고 있다.
올 시즌 PSG 이적 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축구 지능이 높아 여러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미드필더 전 지역과 양쪽 윙, 그리고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볼 수 있기에 활용도가 매우 높다.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었으나 실력으로 극복해내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슛돌이' 이강인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21일 메스전에서 드리블하는 이강인(위 가운데), 이강인. 사진=PSG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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