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것 같다”… ‘경복궁 낙서’ 의뢰자, “300만원 주겠다”며 세종대왕상 범행도 지시

10대 낙서범들, 경비 삼엄해 세종대왕상 낙서는 ‘거절’
경복궁 낙서 테러 후 의뢰자 “망한 것 같다. 도망” 연락 두절

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한 뒤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힌 임모(17·왼쪽)군과 공범 김모(16)양이 19일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경복궁 담벼락 낙서범들이 애초 경복궁뿐 아니라 광화문 앞 세종대왕상 낙서도 의뢰 받았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받는 임모(17)군에 대해 전날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범인 김모(16)양은 실제 낙서는 하지 않는 등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쯤 석방됐다.

이난 채널A는 이들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라고 지시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 A씨가 경복궁에 이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 ‘일하실 분, 300만원 드린다’라는 글을 게재했고, 임군이 해당 글을 보고 A씨에 연락했다.

A씨는 본인을 ‘이 팀장’으로 소개한 후 임군에게 10만원을 송금한 뒤 스마트폰 지도 앱을 갈무리(캡처)해 낙서할 구역을 포함해 택시를 내릴 곳 등의 구체적인 이동 동선을 지시했다.

새벽 1시 거주지인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2시쯤부터 범행을 하라고 구체적인 범행 시간까지 특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군과 김양은 실제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많고 경비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세종대왕상 낙서는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임군과 김양은 지시자가 지목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낙서한 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임군과 김양이 범행을 마치자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라고 한 뒤 연락을 끊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망한 것 같다. 도망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임군과 김양은 범행 사흘 만인 19일 거주지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임군과 김양에게 5만원씩 입금한 계좌가 대포통장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경찰은 임군의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피의자 설모(28)씨에게도 같은 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임군의 경우 22일 오후 3시, 설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