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미국 가놓고···다시 죽음의 정글로 돌아간 이유
SNS에 올려 짭짤한 수입

콜롬비아 출신으로 1980년대에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마누엘 몬테로사(35)는 지난해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다리엔 갭’으로 알려진 정글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시작했다. 중미 파나마와 남미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약 100㎞ 길이의 정글인 다리엔 갭은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로 이뤄진 육상 통로다. 야생동물이 많고 지형이 험난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걸어서 북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 때문에 올해에만 100여개국에서 온 이민자 50만여명이 이곳을 지나갔다.
몬테로사는 휴대폰으로 다리엔 갭을 지나는 여정을 모두 촬영해 편집한 다음 유튜브에 올렸다. 다른 이민자들이 조금이라도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몬테로사는 무사히 미국에 도착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수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시 남미로 돌아간 그는 밀입국자들의 이민 경로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많을 때는 월 1000달러(약 130만원)를 벌어들인다. 이는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콜롬비아 월 최저임금의 4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 남부 국경을 건너는 밀입국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이민 관련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틱톡 사용자가 올린 다리엔 갭 관련 영상은 조회수 1300만회를 기록했다. 틱톡에 있는 이민 관련 스페인어 영상 콘텐츠들의 조회수는 약 20억회에 이른다. 페이스북 그룹 중에는 가입자가 50만명이 넘는 그룹도 있다. 밀입국자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콘텐츠도 중국어, 힌두어, 파슈토어(아프가니스탄 공식 언어), 페르시아어 등으로 다양하다.
이민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올린 영상들은 정치적 혼란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민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나침반이자 이민 실행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영상이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다리엔 갭을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모험가 24명이 팀을 이뤄 지프차로 정글을 관통하는 형식을 띨 예정이다. 제작자들은 틱톡으로만 4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NS는 밀수업자들의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에 ‘당신의 꿈을 이뤄드립니다’ 등의 문구를 내걸고 다리엔 갭을 통과시켜준다면서 밀입국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이민 관련 불법 게시물들을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많은 관련 게시물들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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