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한파 매서운데…쉴 곳 없는 이동노동자
[KBS 청주] [앵커]
매서운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칼바람에도, 눈보라에도 배달이나 운송으로 거리를 누벼야 하는, 이른바 '이동노동자'들이 있는데요.
중간중간 언 몸을 녹일 마땅한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현장 K, 민수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눈이 세차게 내리는 거리.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가 주문을 확인하자마자 거리를 달립니다.
잠깐 짬이 나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상자를 깔고 앉아 한숨을 돌립니다.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어섭니다.
영하의 매서운 추위를 버티려면 옷을 여러 겹 껴입고 핫팩을 두둑이 챙겨 다니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장성우/배달 기사 : "그러면 이렇게 (몸이) 커져요, 옷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어요. 잠깐 잠깐 쉬었다가 좀 해야 하는데. (눈에 옷이) 젖는다 그러면 저희는 집에 가야 해요."]
대리운전 기사도 쉴 공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상가 건물 화장실은 문이 닫혀 있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여름에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라도 시간을 보냈지만,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최준섭/대리운전 기사 : "눈치가 또 보이는 거죠. (건물) 계단에 그냥 앉아서 옷 지저분해지는 것, 그런 것도 감수하고…. 엉덩이가 겨울에 보통 찬 게 아니잖아요."]
배달이나 대리운전 기사 등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1년 새 20% 늘어 무려 80만 명에 이릅니다.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업군이 됐지만, 이들이 안전하게 쉴 공공의 공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과 경기, 대전, 전주, 울산 등 전국 곳곳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조성되고 있지만 충북에는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급기야 지역 노동단체가 쉼터 설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지만,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당장 조성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용자 부족과 야간 운영의 어려움 등 다른 지자체의 쉼터에서도 운영상의 문제가 불거져, 다른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영하권의 맹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보 속에 충북의 이동 노동자들은 홀로 거리에서 한파와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그래픽:오은지
민수아 기자 (msa4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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