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영재 키우는 서울, 16년간 청소년 2738명 지원
외부 대회 수상 이력 532회, 수료생 185명은 예술학교 진학
초등학교 4학년 양은혜양(11)의 장래희망은 세계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나 클래식 DJ가 되는 것이다. 음악에 흥미를 갖고 꿈을 품게 된 데는 숙명여대 음악영재교육원의 역할이 컸다. 매주 토요일 피아노 레슨을 받는 은혜양은 얼마 전 국내 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플루트도 이곳에서 처음 배웠다. 하지만 경비는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년간 ‘예술영재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후원한 예술영재는 총 2738명에 이른다. 이는 경제적 문제로 예술적 재능과 꿈을 키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기준중위소득 미만 가구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음악영재는 숙명여대·건국대, 미술영재는 한양대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민간위탁 방식이다. 매년 3월 교육생을 선발해 그해 12월 수료하는 1년 과정이다. 해당 학교 교수진이 가르친다.
숙명여대 음악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1~6학년 중 전공 분야를 정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은혜양 어머니 장해란씨(47)는 “아이가 악기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고액 레슨비가 솔직히 걱정됐다”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다양한 악기들을 경험해보고 싶어 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기 음악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에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가르친다. 음악융합수업(음악코딩·연극·무용)과 앙상블수업, 여름캠프, 마스터클래스, 영재콘서트 등 커리큘럼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은 한양대 미술영재교육원에서 교육받는다. 연령과 상관없이 미술 실력에 따라 9단계로 반 편성이 이뤄져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진행된다.
이렇게 쌓은 예술 감각은 그대로 실력이 된다. 지난 16년간 수료생들의 외부대회 수상 이력은 총 532회나 된다. 이들 중 185명은 예술중학교와 예고·예대 등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선씨(21)가 대표적이다.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 출신인 김씨는 ‘2018 티보르바르가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한 인재다.
그는 “음악영재 교육을 받으며 훌륭한 선생님들을 통해 ‘감각’을 깨우는 훈련을 받았다는 점이 가장 감사하다”며 “어릴 때부터 키워온 감각들이 자양분이 되어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향유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향후 수료생과 교육생 간 멘토링 제도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더 많은 청소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수료생과 교육생들의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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