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추모’ 500억 더 쏟아붓는 구미시
시민단체 “관련 시설 차고 넘쳐…힘든 시기에 혈세 낭비”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 건립 사업에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사업비에서 절반 정도 줄인 규모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 추모 시설이 많은 상황이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구미시가 지난 8월 발주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에서 기념사업 관련 사업비를 약 500억원 편성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해당 용역에는 기념시설·광장·주차장의 규모와 관람객 동선, 기존 시설 활성화 방안 등이 담겼다.
구미시는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을 기리고 추모객들에게 품격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000억원을 들여 숭모관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생가와 붙어 있는 추모관이 너무 비좁다는 게 이유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관이 좁다”고 말하면서 숭모관 건립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 건립은 김장호 구미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구미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현재까지 12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박 전 대통령 추모관 등을 짓기 위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비 312억원(2023년 실시계획 변경고시 기준), 새마을공원 건립비 907억원 등이다. 인건비 등 이들 시설의 운영비로도 매년 25억원 이상이 쓰인다.
숭모관 건립 추진 발표 이후 구미경실련은 “구미시는 고물가·고금리로 시민들이 힘든 시기인데, 난방비 보조금부터 챙겨야 한다”며 “굳이 하고 싶으면 주민투표로 결정하라”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도 “박정희 체육관, 박정희 등굣길 등 관련 시설물이 차고 넘친다”며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숭모관을 건립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구미 YMCA도 숭모관 건립 반대 성명을 냈고 구미시 홈페이지에도 반대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최악의 경기 불황인 상황이어서 구미시의 세금 낭비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시는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애쓰고 있다. 앞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에 사용된 907억원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숭모관 대신 ‘미래교육관’(가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는 새마을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새마을 테마공원·생가·추모관 등을 연계하는 사업인 만큼 새 명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이재명, 김혜경 선고 앞두고 “희생제물 된 아내, 죽고 싶을 만큼 미안”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