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후반기 생산력 1위' 대신 라모스 픽, "수비 구멍내지 않을 외야수 찾았다, 지금이 전성기"

안호근 기자 2023. 12. 2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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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KT에서 뛰었던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
라모스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너무도 힘겨운 전반기를 보냈다. 방출 위기도 있었지만 두산 베어스는 끝까지 기다려줬고 외국인 타자는 후반기 성적으로 보답했다.

타격 전반을 돌아봤을 때 후반기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났다. 타율 0.285(3위), 9홈런(1위), 32타점(2위), OPS 0.895(1위)로 맹타를 휘둘렀다. 재계약 가능성이 낮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다시 한 번 모험에 나섰다. 호세 로하스(30)와 재계약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도 새로운 타자들 물색에 나섰고 결국 21일 외국인 타자 교체를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는 21일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31), 브랜든 와델(29)과 재계약하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1)를 신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24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였다. 재계약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로하스는 달랐다. 힘겨운 적응기를 마치고 제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기에 내년 시즌에 대한 전망도 밝아보였다. 그럼에도 두산은 더 나은 선수를 찾아나섰다.

2023년 활약한 두산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 /사진=두산 베어스
로하스의 수비 장면. /사진=두산 베어스
결국 두산은 로하스가 아닌 라모스를 택했다. 2022년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짐을 싸야 했던 선수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5만·연봉 55만·인센티브 10만 달러가 포함된 총액 70만 달러(9억 1200만 원)다.

두산이 꼽은 가장 핵심적인 교체 이유는 수비에 있었다. 로하스의 공격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다만 수비에선 얘기가 달랐다. 수비가 썩 좋다는 평가는 없었다. 그럼에도 코너 외야수로 738이닝을 소화하며 정수빈(1111이닝)에 팀 외야수 중 2번째로 많은 수비 이닝을 보였다. 능력이 뒷받침됐다기보다는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외인 타자 물색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였다. 정수빈이 확고히 중견수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좌우 코너는 적임자로 떠오르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팀 내에서도 외국인 선수가 한 자리를 지켜주길 바랐다. 빼어난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의 외야를 준수하게 지킬 최소 평균 수준의 선수가 필요했다.

당초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 있는 선수들 중에서 후보군을 찾으려 했으나 제약이 많았다. 마이너리그급에서도 KBO리그에서 통할만한 타격 능력에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외야 수비를 겸비한 선수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날 라모스 계약 발표 이후 외국인 선수 계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두산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어떻게 보면 '로하스 세금'을 내고 이제 좀 팀에 적응을 시켜놨는데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현장의 요청도 있었고 팀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내년을 고민하다보니 수비가 되는 외야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외야 자원 홍성호. /사진=두산 베어스
내부 FA 양석환이 잔류하며 두산 내야진의 문제는 해결됐다. 1루는 양석환, 3루는 허경민이라는 터줏대감이 있고 2루와 유격수엔 강승호와 김재호, 이유찬, 박계범, 박준영, 안재석 등의 무한 경쟁을 통해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외야엔 정수빈과 김재환이 버티고 있다. 로하스의 수비로는 내년에 외야는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재환의 수비 능력이나 체력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두 자리가 무주공산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수행, 김대한, 김인태, 김태근, 홍성호 등이 있으나 이 중 내년 타석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두산 관계자는 "1루수도 필요 없고 지명타자여도 안됐다. 우리 팀의 구성상 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야수 외국인 선수를 찾자고 했고 우타자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단한 수비력을 원한 건 아니었다. 잠실의 코너 외야 한 자리를 큰 불안감 없이 맡길 정도면 됐다. "수비에서 어느 정도 구멍이 나지 않는 선수이면서 타자로서도 외국인 선수의 역할을 하는 선수를 뽑아보자고 생각했다"면서도 "트리플A에도 잠실에서 외야를 맡길 수 있는 정도도 안 되는 선수가 너무너무 많다"고 했다. 그렇기에 플랜 A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두산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라모스와 계약을 맺었다.

공격력에선 후반기 로하스가 보여준 것 이상을 기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관게자는 "후반기엔 공격에선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요즘 시장 상황을 보면 결코 쉽지 않다"면서도 "교체를 한다면 기존 선수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수비력이 좋아도) 로하스에 비해 공격력이 크게 떨어지는 선수는 용납할 수 없었다. 타격에서 로하스보다 잘 할것이라는 확신은 못하겠지만 KT에서 뛸 때나 마이너리그 경기를 봤을 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지난해 KT에서 뛰었던 헨리 라모스. /사진=KT위즈
라모스.
지난해 KT에선 불의의 부상으로 도중 하차했으나 올해엔 투수 친화적인 인터내셔널리그(트리플A)에서 76경기 출장해 타율 0.318 13홈런 55타점, 출루율 0.411, OPS 0.954로 맹타를 휘둘렀다. 트리플A에선 6시즌 통산 440경기, 매 시즌 100경기에 가깝게 꾸준히 출전하면서도 타율 0.301 55홈런, OPS 0.847로 세부 지표에서도 매우 고른 능력치를 보였다.

두산 관계자는 "마이너리그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기까지 다 체크했는데 8월달에 스카우트팀이 체크하고 나서 아직 이 선수의 기량이 굉장히 우수하다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후보에 계속 올려두고 체크를 끝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플랜A로 40인 로스트에 들어있는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봤는데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는 판단이 선 뒤에는 올 수 있는 선수들 중에서 KBO리그 경험했던 선수까지 총괄해서 어떻게 보면 선입견을 없애고 접근했다. 그 정도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을 했고 그냥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를 뽑자고 했다. 그러면서 라모스를 보니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좌타자에 더 능하지만 스위치도 가능하고 우타석에서도 힘 있는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타순 구성에서 이승엽 감독에게 선택지 하나를 더 줄 수도 있어 메리트가 크다. 스위치타자이기에 우타자 양석환, 좌타자 김재환과 함께 전략적 배치도 가능해졌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걱정이 없다. 구단 관계자는 "6년간 경기를 뛰었던 기준을 봤을 때는 평균 100경기 이상을 소화해낸다는 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걸 방증한다"며 "작년에 투구에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골절이 됐던 걸 제외하면 특별히 건강 면에서 이상이 발견된 건 없다"고 했다.

더불어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기대만 잔뜩 키우고 정작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서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음에도 KT와 결말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다시 KBO리그에 돌아가는 게 목표였다"고 했을 정도.

두산 관계자는 "인터내셔널리그에서 OPS 0.9 이상의 상당한 생산력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지금이 전성기가 아닌가라는 판단을 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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