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60억 루머'에 갸웃했던 NC, '불펜 2인조' 김영규-김시훈 선발 전향 승부수 건다
[OSEN=조형래 기자] “제가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
NC 다이노스는 스토브리그 초창기, 때아닌 루머의 중심에 섰다. NC가 FA 선발 자원 임찬규에 관심이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구체적으로 60억이라는 금액까지 등장했다. NC가 올해 LG의 29년 통합 우승 주역이었던 임찬규에게 눈독을 들일만 한 근거는 충분했다.
올해 NC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파죽의 7연승으로 가을의 기적을 쓸 뻔 했다. 하지만 NC는 에이스 에릭 페디의 어깨 피로누적 여파로 등판을 못하면서 선발진 구축이 힘들었다. 결국 운명의 플레이오프 5차전 등판까지 불발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무리 했다.
비단 포스트시즌에 부각된 문제는 아니었다. 올해 페디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묻혔을 뿐, NC 선발진은 시즌 내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리그 2위인 선발 평균자책점 3.76의 기록에 도취될 수 없었다. 사실상 페디의 원맨쇼로 만들어진 기록이다.
강인권 감독의 초기 구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어긋났다. 페디와 함께 짝을 이뤄야 할 테일러 와이드너는 허리 부상으로 6월이 다 되어서야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와이드너는 선발진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퇴출됐다. 태너 털리가 후반기에 합류해서 활약했지만 위압감 있는 투수 유형은 아니었다.
토종 선발들은 부상 선수가 돌아가면서 발생했고 꾸준하게 활약하는 투수가 없었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는 척골 피로골절에서 복귀해서 야심차게 풀타임 선발을 준비했지만 피로골절 통증이 발생했고 3달 넘게 결장한 뒤 복귀했지만 다시 재골절이 되면서 시즌 아웃됐다. 선발로 등판한 토종 투수만 8명. 신민혁(24경기) 송명기(17경기) 이재학(13경기) 최성영(13경기) 이용준(12경기) 구창모(9경기) 정구범(2경기) 이준호(2경기) 등이 돌아가며 선발진을 지켰다.
강인권 감독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뒤 “국내 선발 투수들을 더 육성해야 한다”라고 보완점을 말했고 마무리캠프 기간에는 “(구)창모도 빠진 상황에서 정말 암담했다. 그나마 이재학 최성영 등으로 잘 버텨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올 시즌 힘들었을 것이다”라면서 토종 선발진 활약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임찬규 영입 루머가 돌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올해 30경기(26선발) 144⅔이닝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남기며 ‘커리어 하이’를 보낸 임찬규를 충분히 눈독 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찬규 영입 루머가 돌 당시, NC 고위 관계자는 루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제가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다”라면서 “단정지어 말할 수 없지만 (임찬규를 비롯한) 외부 FA에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여지는 남겨뒀지만 NC는 임찬규 영입을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임찬규는 다소 시일이 걸렸지만 LG에 잔류했다. 20일, LG와 4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20억 원, 인센티브 24억 원)에 계약했다. LG의 사실상 단독입찰이었고 인센티브 비중을 높이면서 모두의 니즈에 충족하는 계약 조건을 완성했다.
‘임찬규 낭설’과 관계없이 NC는 일찌감치 내부 자원들로 토종 선발진 재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라는 후한 조건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선발진 물음표는 더 커졌다.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라는 좌완 원투펀치로 페디의 공백을 채워야 하지만 페디의 임팩트가 워낙 강한 상황. 왼팔 척골 피로골절 재수술을 받은 좌완 에이스 구창모는 예정대로 상무에 입대했다. 2025년 후반기나 되어서야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 현재 토종 선발 한 자리에 가장 유력한 선수는 신민혁이다. 신민혁은 최근 3시즌 연속 23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레귤러 선발 자원이다. 2021년 30경기(25선발) 145이닝 9승6패 평균자책점 4.41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는 26경기(23선발) 118⅓이닝 4승9패 평균자책점 4.56으로 주춤했다. 올해는 29경기(24선발) 122이닝 5승5패 평균자책점 3.98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KT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69(10⅔이닝 2자책점),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플레이오프 1차전 6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5차전 4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페디의 루틴을 따라하고 페디표 커터를 장착하면서 진일보 했다. 내년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선발 자리들은 다시 경쟁에 돌입한다. 그리고 강인권 감독 나름의 승부수도 있다. 올해 불펜 역할을 했던 좌완 김영규, 우완 김시훈의 선발 전향이다. 김영규는 올해 NC의 좌완 핵심 필승조였다. 63경기 61⅔이닝 2승4패 24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남겼다. 부상으로 낙마한 구창모를 대신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특례까지 받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3⅔이닝 1승 2홀드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커리어는 활짝 폈다. 어떻게 더 길게 선수생활을 해야할지 구단과 머리를 맞댔다. 궁극적으로는 선발로서도 경쟁력을 보여줘야 부상 위험도 덜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선수도 의지를 갖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마무리캠프 기간 도중 “김영규의 보직이 고민이다. 김영규의 선발 전환을 위해 다른 좌완 투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면서도 “2019년에는 선발을 했던 선수다. 불펜을 하다 보면 부상 위험도 있다. 선발에서 투구수와 이닝 관리가 동반되어야 할 것 같다. 토종 선발도 필요한 상황이라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영규는 2019년 프로 데뷔 당시에는 선발이었다. 데뷔전이었던 2019년 3월27일 창원 KT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그리고 2019년 마지막 등판이었던 2019년 9월 27일 잠실 LG전에서는 9이닝 7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무4사구 완봉승까지 따내기도 했다. 통산 222경기 중 선발 등판은 31경기. 선발 투수로 성적은 31경기 10승7패 평균자책점 5.39다.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는 2021년 6월9일이었다.
140km 중후반의 빠른공에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기본 3가지 구종에 지금은 봉인 중인 커브도 구사할 수 있다. 선발로서 매력과 장점은 분명히 있고 경험도 갖고 있다.
여기에 김시훈 역시도 선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김시훈도 불펜 믿을맨이었다. 61경기 52⅔이닝 4승3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44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김시훈은 김영규 류진욱과 함께 탄탄한 뒷문을 구축했다. 하지만 여름부터 김시훈의 구위는 떨어졌고 경기 내용도 나빠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용받지 못했다. NC와 김시훈 모두 아쉬운 마무리였다.
김시훈도 결국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서도 선발 수업을 다시 받을 전망이다. 김시훈은 지난해 불펜으로 9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펼친 뒤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당시 구단은 김시훈이 일정 투구수 이후 구속 구위 등의 지표가 하락한다는 데이터를 확인한 뒤 선발보다는 불펜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여러 보직을 오갔음에도 59경기(7선발) 83⅓이닝 4승5패 11홀드 평균자책점 3.24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로는 7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83의 성적을 기록했다.
외부 영입 없이 오롯이 내부 토종 자원들로 해결해야 한다. 올해 고전했지만 그래도 토종 영건 자원들이 적지 않은 편이기에 경쟁과 옥석 가리기로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영규와 김시훈 외에도 올해 대졸 신인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준호, 올해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김재열, 2군에서 가다듬고 있는 2020년 2차 1라운더 정구범, 2023년 1라운더 신영우 등도 선발 경쟁 후보군으로 꼽을 수 있다.
NC의 토종 선발 육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필승조들의 선발 전환 승부수는 NC의 고민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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