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갔다가 범죄자 취급받고 돌아와”
출입국관리소 간다고 버스 태운 뒤 뒤늦게 인천공항행 통지
“경비업체가 비행기 탈 때까지 감시…잔액 소명 요청도 묵살”
경기 오산시에 있는 한신대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베흐루즈벡(18)은 지난달 27일, 느닷없이 고국행 비행기에 태워졌다. “베흐루즈가 요즘 열심히 공부해서 기분이 좋다”는 문자를 보냈던 어학당 교사가 이튿날 “아무것도 몰랐다”며 당혹감을 표할 정도였다.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을 듣고 점심 식사를 마친 서비에르존(18)도 그날 날벼락처럼 귀국 조치됐다. 한신대가 출국시킨 우즈벡 유학생 22명은 17~25세 청년들이었다.
한신대 측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었고 자진해서 비행기에 올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만난 두 학생은 학교 측이 “자진출국했다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원치 않은 출국이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우즈벡 학생들을 교실 한곳에 모아 점심을 제공했다. 식사가 끝나자 교직원들이 명단에 있는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이 불린 서비에르존은 ‘버스에 타면 옆자리 하나를 비우라’는 지시를 들었다. 그는 “이 과정을 누군가 촬영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소독을 할 것이니 귀중품이 있다면 챙겨오라”고 했다고 한다. 학생 23명 중 4명이 내려 기숙사에서 휴대전화·지갑 등을 챙겨 다시 버스에 탔다. 출발한 버스는 돌연 경기 화성 병점역에 멈춰 섰다. 우르르 버스에 올라탄 파견 경비업체 요원 약 15명이 한 명씩 각 학생 옆자리에 앉았다.
“평택 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해요. 3개월 뒤에 여러분들이 통장 잔액을 채워서 다시 들어와야 해요. 이걸 어기면 그냥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해요. 다시는 대한민국에 못 와요.”
그제야 한신대 교직원은 버스의 행선지가 출입국사무소가 아닌 인천공항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학생들이 곧 우즈벡행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입국 후 3개월간 1000만원 이상 유지된 잔액증명서’가 필요한데 우즈벡 학생들은 이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지금 나가지 않으면 강제출국당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두 학생은 버스 안에서 학교 측이 배포한 ‘등록금 환불 신청서’를 받았다. 각자 받을 금액이 적혀 있었는데, 우즈벡행 항공요금이 등록금에서 제외된 금액이었다. 환불 금액은 베흐루즈벡이 105만원, 서비에르존은 358만원 정도라고 했다.
베흐루즈벡은 “아무런 동의 없이 학교가 항공권을 예매하고, 심지어 우리 등록금으로 그 값을 치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기숙사에 남은 짐을 부칠 때 드는 국제배송비를 등록금에서 차감할 것”이라는 통보도 있었다. 서비에르존은 한국의 지인들이 대신 챙겨준 짐을 우즈벡 귀국 후 배송받았다.
심지어 두 학생은 ‘3개월 예치 잔액 기준’을 맞춰 놓은 상태였다고 했다. 버스에서 교직원이 “우즈벡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 때 둘을 포함한 4명이 손을 들었다. “우리는 잔액 기준을 맞췄으니 출입국사무소로 가서 소명하겠다”고 했지만, 경비업체 직원들이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통제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공항에 도착한 버스에서 하차할 때 학생들은 한 사람씩 번호를 부여받았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학생들의 손을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고 서비에르존은 말했다. 교직원들은 기숙사 방에서 챙긴 학생들 가방을 각자에게 건넸다.
그 과정에서 한 학생이 기절했다. 이 학생을 제외한 22명은 비행기에 올랐다. 휴대전화는 탑승 직전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서비에르존은 “비행기를 탈 때까지 교직원·경호원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많다는 베흐루즈벡도 이 상황이 갑작스럽기만 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유학갔지만, 범죄자 대우를 받고 고향에 돌아왔다”며 “학교가 처벌받기를 바라고 한국의 또 다른 대학에서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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