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법원장 추천제 시행 안 해…‘제왕적 대법원장’ 회귀하나
법원행정처 “적임자 보임”
대법원장이 직접 낙점 방식
김명수 전 원장의 핵심 정책
일각서 재판 지연 원인 지목
“분석 없이 폐지” 내부서 비판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21일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제도가 폐지되고 사법부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법원장을 지명하지 않고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후보를 추천받는 제도로 법원 관료화 타파를 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핵심 정책이었다. 지난 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5년간 시행한 제도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고, 일단 시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2024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시행하지 않고 훌륭한 인품과 재판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법원장으로 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급 법원 판사들의 추천 의견 없이 조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낙점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 법원장이 바뀌는 법원은 7곳으로 알려졌다. 전체 법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김 처장은 내년 법관 정기인사 이후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처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법원장 인사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고 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김명수 대법원’이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관료화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했다.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제청,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등을 모두 결정하는 탓에 일선 판사들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가 심해지자 법원장 인선 절차를 민주적·수평적 구조로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원인이 법원장 후보 추천제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일선 판사들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재판 지연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폐지·개편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일단 내년 법관 인사 때는 유지하고 그 이후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제도로 이끌 수 있는지 공개 논의를 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 정책 중 하나였던 지방법원·고등법원 이원화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이번 법관 정기인사에서 지방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회생법원의 법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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