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에 與 대대적 물갈이 관측…친윤-중진 긴장
여당 내 친윤(친윤석열) 핵심 그룹이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주도했지만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전 장관은 당내 친윤계, 중진 의원들과 큰 접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험지출마나 불출마 등 압박을 받아오며 인적쇄신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친윤계와 중진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 “여의도 문법과 다른 정치할 것”
한 전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것에 대해 “주위에서 이른바 ‘여의도 문법’대로 삼고초려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결심했으니 모양을 갖추기 위해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달 전엔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문법은 여의도 사투리다. 나는 5000만 명의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문법을 탈피하겠다는 일성(一聲)은 한 전 장관이 26일 전국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면 여권에서 실질적인 변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의 변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물갈이를 어떻게 이뤄낼지가 한 전 장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쇄신의 칼날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겨눴던 영남 중진과 친윤 진영으로 다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은 당내 지부이 없었던 인 전 위원장과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며 “윤 대통령의 의중을 책임 있게 집행할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고’ 수준이 아닌 ‘강제’ 수준으로 혁신을 진행할 권한을 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장관은 당내 친윤 그룹과 별다른 접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지금도 친윤 그룹과 한 몸처럼 움직이면 본인도 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 “수도권·중도·청년·여성 중심 비대위”
한 전 장관은 “정치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이날 “공공선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있는 동료시민과 함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고 같이 가겠다”고도 했다.
한 전 장관은 주요 당직 및 비대위원 인선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상임전국위를 거쳐 최대 12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한 전 장관은 이날 “굉장히 비상적인 상황이다.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실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비대위의 무게감을 잡아줄 중진 한두 명과, 최근 영입된 인사, 당의 취약층인 2030 청년 및 여성, 수도권 외연확장과 중도층을 대변할 인물들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신선한 얼굴도 중요하지만 아예 당의 방향과 정반대 사람들로 채우면 내홍이 있을 수 있어 여당 핵심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가 아예 생략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당내 통합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수록 강해진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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