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테러 배후, 실시간 동선 지시...“세종대왕도 낙서하라”

고유찬 기자 2023. 12.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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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한 뒤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힌 10대 남녀 피의자들의 모습. 경찰은 지난 19일 문화재 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임모(17·왼쪽)군과 공범 김모(16)양을 검거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최초로 ‘낙서테러’를 한 10대 남녀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제로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으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고 한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20일) 오후 1시 30분쯤부터 오후 7시 30분쯤까지 6시간가량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임모(17)군과 김모(16)양을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 인근과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 등 3곳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혐의를 받는다. 낙서로 훼손된 범위는 44m에 달했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내내 신원미상의 A씨는 임군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낙서할 구역은 물론 동선, 범행 시간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A씨는 이들에게 경복궁 담벼락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임군과 김양은 경복궁에 낙서한 뒤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으나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군은 신원미상의 A씨와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처음 접촉했다. A씨가 텔레그램에 올린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통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하며 ‘이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임군에게 범행 장소와 방법을 지시한 뒤 계좌로 5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0만 원을 보냈으나, 범행이 끝나자 “수원 어딘가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라고 말하고는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범행 뒤 귀가한 임군과 김양은 지난 19일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임군은 지난 19일 오후 7시 8분쯤 경기 수원시의 주거지에서 체포됐으며, 김양 역시 같은 날 오후 7시 25분쯤 인근의 자택에서 검거됐다. 이 둘은 연인 관계라 주장하며 범행을 시인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검거된 임군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군과 함께 체포된 김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쯤 석방했다. 김양은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착수금을 입금한 계좌와 텔레그램 계정 등을 통해 A씨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임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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