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의 인생 바꿀 것” 한국이 기증한 장비로 우크라 지뢰 뽑는다
“한국 국민의 마음이 담긴 이 장비가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인생을 바꿔 놓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1일(현지 시각) 한국이 마련한 지뢰 제거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장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월 본지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간곡히 요청한 인도적 지원 물품이다. 그는 당시 “현재 우리 영토의 약 3분의 1이 러시아의 지뢰로 덮여 있다”며 “수많은 농부와 민간인, 어린이가 지뢰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장애인이 됐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국(G7) 정상 회의, 또 지난 7월 키이우 방문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때 지뢰 제거 장비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약 6개월간 총 10대의 다양한 지뢰 제거 장비가 준비돼 최근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이날 전달된 것은 그중 크로아티아산 MV-4와 MV-10 등 지뢰 제거 중장비 2대다. 소형 트럭 10대도 함께 전해졌다. 우리 정부를 대표해 나온 김형태 주(駐)우크라이나 대사가 장비 기증 증서를 건네자, 우크라이나 측 대표인 볼로디미르 뎀축 비상사태청장(대행)이 김 대사를 부둥켜안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무고한 이들이 지뢰에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이 장비들은 단순히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부모와 자녀, 친구 등 수만 명의 인생을 바꾸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총리실에 따르면 지뢰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지난 9월 말 기준 750여 명이다. 이 중 250명이 사망했다. 2만여 명에 달하는 실종자 중 확인되지 않은 지뢰 피해자를 감안하면 그 수는 몇 배 늘어날 수 있다. 김 대사는 “현재 지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한국 장비가 큰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안보·인도적 지원, 전후 재건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재건 목적으로 1억달러(약 1304억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 5000만달러를 추가로 보냈다. 또 지난 9월 열린 G20(20국) 정상 회의에서 내년에 3억달러, 2025년 이후 20억달러 등 총 23억달러를 더 지원키로 했다. 김 대사는 “(겨울철 발전 시설 파괴에 대비한) 디젤 발전기와 응급 구조차를 비롯한 인도적 현물 지원 등 기여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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