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동원 판결, 조기결론 안 돼"...조태열 후보자 증언 논란
[앵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조기 결론이 나오면 한일 간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단 이유였는데, 나아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했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김철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사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른바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
지난 2020년 8월 관련 재판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재판 기록을 보면 조 후보자는 자신이 강제동원 판결의 조기 선고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수차례 발언합니다.
대법원 재항고심 판결이 조기에 나오면 한일 관계에 미칠 외교적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 법정에 제출된 조 후보자 자필 메모에는 '대법원 최종 판결 확정 시점을 최대한 연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거나 '대법관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실제 당시 대법원은 별다른 쟁점이 없었음에도 재상고심 선고를 5년 넘게 미뤘고, 2005년 제기된 소송은 2018년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13년 만에 승소가 확정됐지만, 피해자 4명 가운데 남은 건 이춘식 할아버지뿐이었습니다.
[이춘식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난 2018년) : 오늘 나 혼자 나와서 내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많이 나고 울고 싶고 마음이 아프고….]
재판 당시 조 후보자는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부정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된 거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후배상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 같은 '일괄처리 협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라는 겁니다.
개인 청구권 소멸이 외교부 입장이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것이 역대 행정부 입장이고 법원 판례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오늘(21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2차 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조 후보자의 과거 입장과 달랐습니다.
피해자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다시 확정한 겁니다.
판결 하루 전, 외교 사령탑 후보자 신분으로 기자들 앞에 선 조 후보자는 양국 사법부 판결이 충돌해 외교적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며 피해자들의 고충과 인권문제를 감안해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편집 : 이영훈
그래픽 : 지경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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