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세계 핵산업의 암울한 미래
지난 12월12일 종료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화석연료 퇴출을 사실상 유예하고 오히려 여러 정부와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장이 되면서 다시 한번 실망을 남겼다. 세계 원전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22개국의 선언도 이번 총회의 혼란스러운 말잔치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탄소 감축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원전 산업 진흥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현 한국 정부도 크게 환영하며 선언에 참여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과 정부들의 후속 반응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올리겠다는 서약에 120개국 이상이 동참한 소식에 묻힌 꼴이다.
물론 원전 선언을 주도한 프랑스와 미국 등의 정부는 자국 에너지 산업 일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정치적인 승리라고 자평을 했다. 세계 원전 산업계도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국제 기후대화에서 발언권조차 얻기 어려웠던 시간들과 비교하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선언이 속 빈 강정이 아닐지 의심한다.
대표적인 친원전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테드 노드하우스부터가 그렇다. 그는 국제문제 전문지인 포린폴리시 12월11일자 기고에서 실제 원자로를 건설하려는 정책가들의 중대한 규제 개혁과 확고한 약속이 없다면 기후과학자와 에너지 분석가들이 필요하다고 믿는 규모의 원전 확장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들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는 주문이지만 원전 산업이 스스로를 크게 확대할 역량과 조건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12월6일 공개된 ‘2023년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수치로 분명하게 보여준다. 원전 산업은 르네상스는커녕 10년 만에 가장 큰 침체를 보였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수는 가장 많았던 2002년의 438개에서 지금은 31개가 적은 407기, 용량으로는 365GW로 줄었다. 새로 가동되는 원전보다 영구 폐쇄되는 것이 더 많으며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8.2%로 감소했다. 2022년 세계 원전 발전량은 4% 줄었는데, 중국이 3%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 외 지역에서 5% 감소했다는 뜻이다.
사실 중국의 데이터는 세계 원전 산업에 더욱 암울하다. 올해 중국에서는 3GW의 원전이 추가되었지만 210GW의 태양광, 70GW의 풍력, 7GW의 수력이 늘어났다.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중국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배 증가는 고사하고 현재의 원전 설비용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고리 3호기만 한 원전이 두 달에 1기씩 계속 건설되어야 한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라면 2050년까지 수백, 수천 개가 필요할 것이다. 현황 보고서의 책임자 마이클 슈나이더는 앞으로 7년 내에 재생에너지 생산량 3배의 약속이 이행된다면 이는 원전 확대 선언의 관에 박는 마지막 못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원전 산업의 최후의 불꽃이 스스로 타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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