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없는 시장의 밤, ‘로봇 소방관’이 지켜요
서울의 전통 시장에 ‘화재 순찰 로봇’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종로구 광장시장, 성동구 마장축산시장, 구로구 남구로시장, 강서구 까치산시장 등 전통 시장 4곳에 화재 감시 기능을 가진 로봇 1대씩 배치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화재 순찰 로봇들은 상인들이 장사를 마치고 시장을 떠난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온도나 연기 등 화재 위험성을 살피고 다니게 된다. 상인들이 출근하면 시장 한쪽에 있는 충전 부스에서 충전을 한다. 주간 3시간 충전하면 8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다.
키는 110㎝에 무게는 85㎏. 머리는 360도 회전하고, 왼쪽 눈엔 열화상 카메라, 오른쪽 눈엔 영상 녹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영상 녹화 카메라는 모양 인식 기능이 있어 불꽃과 연기를 감지할 수 있다. 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용 분말도 들어간다. 보통 시속 3~4㎞로 다니지만, 긴급 상황에선 최고 시속 5㎞까지 달릴 수 있다.
또 화재 징후가 생기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실제 불이 났을 때는 자동으로 머리 부분에 들어있는 분말이 나와 진화 작업도 벌인다. 물론 초기 진화만 가능한 정도다.
실제 불이 나면 사이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저를 따라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외친다. 대피 경로 분석 기능이 있어 화재 시 시장 내 사람들이 가장 가깝고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앞장서서 달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나가는 사람이나 장애물은 스스로 피해 다니고, 쉬지 않고 좁은 골목도 온종일 누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남구로시장에서 열린 시연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재 순찰 로봇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이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지역 전통 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40건으로, 총 758억원의 재산 피해와 1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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