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7년간 중단했던 신장 핵실험 재개하나...대규모 시설 확장 정황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동남쪽에 위치한 뤄부포호(羅布泊湖) 핵실험장에서 시설 확장 등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관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유사시를 대비한 핵전략 확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뤄부포호는 중국이 1964년 ‘프로젝트 596′이라고 이름 붙인 첫 핵실험을 벌인 장소다. 중국은 이곳의 5개 갱도에서 핵실험을 반복하다 1996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 가입 후 핵실험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최근 중국은 뤄부포호의 핵실험장과 인근에서 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실험장엔 깊이 500m가 넘는 핵실험용으로 추정되는 갱도가 생겼고, 주변에는 도로를 닦았다. 약 120㎞ 떨어진 군사 기지를 잇는 포장 도로도 확인됐다. 다른 위성 사진에서는 언덕에 숨겨진 시추 장비가 발견됐다. NYT는 뤄부포호 실험장에서는 2017년 이후 30개 이상의 건물이 새로 지어지거나 개조됐다고 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 전문가 퉁자오는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중국이 새로운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뤄부포호의 재건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2020년 4월 중국이 뤄부포호 핵실험장에서 비밀리에 저강도 지하 핵실험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핵탄두를 빠르게 늘리며 핵무장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직후인 2013년 250기에 불과했던 중국의 핵탄두 수는 올해 두 배인 500기로 늘었다. 미국(5244기)·러시아(5889기)에 비해 보유량은 적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은 2030년까지 작전 가능 핵탄두를 1000기 이상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에 뒤처지는 핵전략 확충을 위해 2016년 핵무기를 담당하는 로켓군을 신설했다. 핵무기 발사에 쓰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발사체도 늘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 작전 개념이 최근 적국 핵 공격을 방지하는 ‘핵 억제력’에서 적의 공격 징후를 감지하는 즉시 공격하는 ‘경보 즉시 발사(LOW·Launch on Warning)’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핵무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핵 강대국인 러시아를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중 갈등 속 대만해협 긴장이 높아지면서 미국 개입 차단을 위해 중국이 핵 위협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미 정보 당국은 중국이 실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러시아가 핵실험 재개에 나설 경우 중국이 지체 없이 맞불을 놓기 위한 준비 수준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구(舊)소련 시절인 1990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이었다. 21세기 들어 공식적으로 대규모 핵실험을 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중국 외교부는 뤄부포호 시설 확장에 대한 NYT 질문에 “그림자를 움켜쥐고 근거 없이 ‘중국 핵 위협론’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극히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국 핵 전력 강화가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지며 한반도 안보 환경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0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규모 핵무기 증강과 북한 핵 보유 움직임이 한반도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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