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홍범도 행적 논란에 "국가 정체성 측면서 봐야"(종합)
자기 논문 '표절'엔 "당시엔 관행이었는데 잘못됐다" 사과
(서울=뉴스1) 박응진 이창규 기자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올해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이전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생전 행적 논란에 대해 "여러 행적이 우리나라의 정체성 등 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후보자는 21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출석,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강 후보자는 "홍 장군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독립운동가로서 예우를 받아야 한다"며 "1945년 우리가 광복하기 전엔 모두가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그 계열이 (사회주의·민족주의 등으로) 다르더라도 (조국) 독립을 위해 애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 국익과 정체성 등 측면에서 (독립운동가의 행적이)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면 정말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사는 현재 교내 충무관 입구에 설치돼 있는 홍 장군 흉상을 내년 중 교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 장군의 생전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을 감안할 때 '생도 교육시설 앞에 두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육사는 홍 장군 흉상과 함께 설치돼 있는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다른 4명의 흉상은 교내 다른 장소로 옮길 계획이다.
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시아버지가 김원봉과 같은 조선의용대 출신이 아니냐'는 물음엔 "시부(권태휴 선생)는 김원봉과 결을 달리해 독립운동을 한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위해 건군을 하고 발전소도 짓고 나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 가운데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고(故) 백선엽 장군을 제외해 달라는 유족 측 민원에 관한 질의엔 "(명단에서) 삭제하는 법령·기준이 명확히 있다면 그걸 따라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가 규정한 친일 인사들 가운데 현재 국립묘지에 안정돼 있는 인물은 백 장군을 포함해 총 12명이다.
이런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의 백 장군 안장자 정보엔 당초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란 문구가 포함돼 있었으나, 보훈부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등의 유족 측 의견을 수용해 올 7월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강 후보자는 또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기 때문에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강 후보자는 최근 국회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입법 추진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어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야 하고, 국민 전체의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반(反)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이나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을 보훈부 심사를 거쳐 유공자 예우를 받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야당이 입법이 추진 중인 법안이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야당(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독립유공자법'(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참전유공자법'(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은 조문만으로 유공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며 "그러나 민주유공자법 조문은 다양한 민주화운동 중 어떤 게 유공사건인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단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과거 작성한 논문 일부의 '자기 표절' 논란에 대해선 "(당시엔) '자기 표절'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며 "관행대로 많은 걸 했는데 현대의 잣대로 보면 너무 잘못됐고 죄송한 부분"이라고 사과했다.
강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 목적으로 동생 부부의 미술 작품을 비싸게 샀다는 의혹엔 "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있어 작품을 구입했던 것이라며 "어제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답했다.
강 후보자는 올해 시중은행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데 대해선 "(60대인) 내가 110세가 돼서 갚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대출을 받아 산 주택에서) 몇 년 살다가 팔아서 대출금을 갚을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감히 말씀드리면 소박한 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내 두 아이는 '부모 찬스'도 사용 못해봤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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