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은 악법” 발언 남기고…한동훈, 여의도 직행
윤 대통령의 핵심참모·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됐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탄탄대로를 걷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시기 윤석열 당시 총장과 함께 좌천됐다. 윤 대통령 당선 뒤 ‘스타 장관’으로 재기해 재임 20개월 동안 야당과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며 현정부 최전방 공격수로 활동해왔다. ‘한동훈 총선 차출론’이 급부상한 뒤에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듯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통해 ‘추미애 사단’을 한직으로 밀어내고 좌천돼있던 ‘윤석열 사단’을 요직으로 불러들였다. 법무부 ‘시행령 쿠데타’를 통해 검찰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무력화했다. 한 장관이 검사 시절 ‘특수통’ 후배들로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 등 수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 등 야당 겨냥하거나 윤석열 정부 보위를 위한 수사에 ‘올인’했다. 그 사이 반부패수사2부가 담당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 수사는 증발했다.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기소한 뒤로도 2년이 지났지만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눈에 띄는 정책적 성과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장관은 취임 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고위공직자후보 검증 업무를 맡았지만, 인사 검증에 계속 실패했다. 취임식 때부터 의지를 밝힌 이민청 설립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고위험 성폭력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겠다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은 주목할 만하지만 시설 유치 지역 결정 등 예민한 쟁점을 남겨둔 채 한 장관은 법무부를 떠났다.
다만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전향적인 행보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게 초과지급된 국가배상금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라는 법원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라 지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군법회의에서 유죄 받은 수형인에 더해 일반 재판에 의한 수형인까지 확대한 것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에 “국민 피해 복구 문제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고를 포기한 일도 있다.
반면 야당을 공격할 땐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직설적 발언을 쏟아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한 ‘돈봉투 부스럭’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수사받는 이 대표를 향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한 발언도 있다.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강한 팬층이 형성되며 윤석열 정부의 ‘스타장관’이 됐다.
법무부 장관이 되기 전 한 장관은 주로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로 경력을 쌓은 ‘특수통 검사’로 분류됐다. 2001년 검찰에 발을 들인 한 장관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발령되며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임명되며 한 장관 또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2017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2019년) 등 요직을 맡아 승승장구하게 됐다.
그러나 2019년 9월 터진 ‘조국 사태’ 수사 이후 한 장관은 좌천을 거듭했다. 2020년 1월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이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을 맡았다. 결국 지난해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으로 2년 동안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됐지만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분됐다.
반전이 일어난 건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17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단숨에 윤 정부의 ‘2인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예측은 현실이 됐다. ‘총선 출마설’이 본격화된 지난달 한 장관은 일주일에 세 차례나 대전, 대구, 울산을 현장방문 하고 정책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로 가닥을 잡은 뒤엔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고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은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민주, 한동훈 등판에 “윤 대통령 친위쿠데타…장세동 원했나”
- 제주공항 제설작업으로 200여편 결항·지연 잇따라
- [단독] 임성근 ‘물바닥 긁다 빠져’ 보고 받고도 “수중수색 몰랐다”
- “경복궁 내 낙서도 심각”…문화재 ‘테러’ 수난사 살펴보니
- 생전 아내가 쓰던 폰, 돌아왔다…76살 남편의 사무치는 가방
- ‘오송 참사 원인’ 임시 제방, 도면·계획서도 없이 날림 축조
- 이재명 “윤 대통령 건전재정 자화자찬…다른 세상 사나”
- 내가 조선의 ‘옥새 교통카드’…탑승을 윤허하노라
- 15살 조혼·성폭력 끝에 배우자 살해한 이란 여성, 결국 교수형
- 빈대·러브버그·미국흰불나방…2023년 우리를 괴롭혔던 벌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