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서울 유명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서 비위 논란…대안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새 학년을 앞두고 전국의 초중고 사립학교들에서는 한창 신규 교사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유명 사립학교에서 교사 채용 비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의 공정성 문제와 대안에 대해서 박은선 변호사와 짚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사 채용 비위, 어떤 내용일까요?

박은선 변호사 

이 학교에서는 몇 개 과목의 신규 정교사 채용 전형을 진행했는데요.

그 응시자 중에는 이 학교에 기간제교사로 근무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제교사 중에 특정인을 정교사로 채용하기 위해서 이 사건 학교에서 점수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서 학교 측에서 비위를 저질렀다는 겁니까?

박은선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이 학교의 전형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으로 진행이 됐는데요.

그 학교의 기간제교사인 특정인의 2차 필기시험 점수가 낮자 그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최종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학교장 등의 채점위원들에게 다른 응시자들의 교육학 논술 과목 점수를 낮추도록 지시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교육학 논술 필기시험에 다른 응시자들의 점수를 손을 댄 건데요.

선발하려는 특정인의 교육학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깝고 또 전공시험은 객관식이어서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근데 문제는 교육학 문제 자체도 좀 의심이 의심스러운데 출제된 문제가 학교폭력 문제인데 그 학교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보이고 또 해당 특정인이 학교폭력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던 것은 아닌지 이런 의심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사안에 대해서 교육청이나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네 다행히 사건이 굉장히 빠르게 접수가 됐고 또 빠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미 감사에 착수해서 사실관계를 거의 파악한 것으로 보이고요.

또 사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른 내용들도 잘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관련 증거들이 굉장히 명확하기 때문에 혐의 인정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그렇다면 이 학교에서 왜 굳이 그 특정 교사를 선발하기 위해서 부정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데요.

그 배경은 조사가 됐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특정 교사를 둘러싼 어떤 인맥이나 금전적 전달 정황 이런 것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위법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특정인이 남 교사라는 점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사건 채용 비위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요.

학교장은 평소 출산휴가를 쓰거나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 정교사들의 경우를 굉장히 좋지 않게 보았다고 합니다.

여교사는 출산 문제가 있으니 정교사로 채용하면 안 된다 이런 말도 직접적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교사들이 휴직할 때마다 어떤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이런 것이 부담이 됐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별을 이유로 채용해서 특히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 등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취업 기회에 있어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하는 것은 금지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간제교사로 근무를 오래 했으니까 학교 입장에서는 정교사로 뽑고 싶지 않았겠느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은선 변호사 

일단 규정을 살펴보면 교육공무원법 제32조 또는 사립학교법 제54조의4를 보면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정교사가 휴직을 했거나 특정 과목이 한시적으로 필요할 때 이럴 때만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수 있고 기간제교사는 기간 동안의 근무가 끝나면 당연 퇴직을 합니다.

그리고 교육공무원법에서는 아예 정교사를 채용할 때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던 자가 어떠한 특혜를 받을 수 없다 이렇게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시도교육청은 신규 정교사를 뽑을 때에는 공개 채용 절차에 의해야 한다라고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들을 보면 어느 기간제교사가 학교에서 성실하고 또 유능하게 근무를 해왔다고 해서 그를 정교사로 곧바로 채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또 만약에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서 특정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올리려고 한다면 그 채용에 응시한 다른 응시자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예비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선발하기로 정해진 그런 일을 내정자 그리고 그 내정자가 있는지를 모르고 응시한 이들을 들러리 그리고 그 들러리들이 당하는 피해를 희망고문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인맥 금전 문제가 없어도 특정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뽑으려고 공개 채용 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인 겁니다.

하지만 사실 기간제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억울할 수도 있는데요.

이것은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를 뽑는 학교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교사 채용을 한다' 이건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말씀드렸듯이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교사가 만약에 퇴직을 한다면 그 자리는 반드시 신규 정교사 채용 절차를 거쳐서 정교사로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립학교들이 지금까지 그런 공백을 일단 기간제교사로 채운 다음에 해당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길들이는 일을 많이 해왔습니다.

과도하게 많은 업무를 주거나 기피 부서에 배정한 다음에 관리자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시험한 거죠.

따라서 이런 식의 절차는 사립학교법 위반이나 형법상 업무방해죄 이런 걸 떠나더라도 해당 교사가 소신 있는 교육을 할 수 없게 하는 그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상당히 비교육적인 상황인데 이렇게 채용 절차의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대안은 없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일단 21년 사업법 개정으로 상당 부분 해결된 측면이 있습니다.

사립학교법 53조의2 제11항에 따라서 현재는 사립학교에서 신규 정교사 채용을 할 때 필기시험은 교육청 위탁 시험으로 진행을 해야 합니다.

학교 내부자가 아닌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선발을 하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일단은 오늘 다루고 있는 이 학교처럼 교육청으로부터 전혀 재정 지원을 받지 않아서 학교가 자체적으로 선발하는 경우 필기시험도 위탁을 교육청 위탁을 거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그 학교의 특별한 사안을 알고 있는 경우에 유리하거나 또는 점수가 사후적으로 수정되는 이런 문제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또 필기시험만 교육청 위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접 등에서 불공정이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광주의 한 사립학교에서 전 이사장이 5천만 원의 금전을 요구한 그 사건을 보면 이 학교의 1차 필기시험은 교육청 위탁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러나 2차 면접에서는 그 학교 사립학교 법인의 내부자들에 의해서 진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교사 채용 비리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막으려면 교육청 위탁 전형이 모든 학교에 대해서 적용이 되고 또한 그 전형이 면접 단계까지 즉 최종 단계까지 전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공개 채용 절차라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특정인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겠죠.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교육청 위탁 전형 확대 이런 제도가 분명히 있는데 사각지대를 없애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