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NGO] 빚지고 살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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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누군가의 희생에 빚지고 살고 있어요. 그걸 기억해야 해요."
대학교 2학년 때였다.
한한기 동안 그 수업을 듣고 나니, 내가 대학에 다니고, 선거 때 투표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상이 후퇴하는 것 같은 때도 많지만, 이런 지난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미래세대들은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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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NGO]
김지현 |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우리는 늘 누군가의 희생에 빚지고 살고 있어요. 그걸 기억해야 해요.”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사회문제론 수업 중 교수님이 한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레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한 노동자 사진이었다. 그 사진과 말씀이 준 작은 울림은 지금까지 내 마음에 남아 있다.
한한기 동안 그 수업을 듣고 나니, 내가 대학에 다니고, 선거 때 투표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선 세대 누군가의 외침과 희생을 알게 된 이상, 어렴풋하게나마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방학 때 이런저런 검색 끝에 참여연대 공익활동가 학교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활동가의 삶, 노동권과 인권 등에 관해 눈 뜨기 시작했다. 적은 돈이지만 참여연대, 그린피스, 굿네이버스 등 후원을 시작했다.
막연하게나마 시민사회에서 일하는 생각도 했지만, 당장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수원시청년지원센터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청년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일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홍보, 공간관리 등 여러 업무를 맡은 데다 20개 넘는 공모사업 팀도 혼자 관리해야 했다. 잦은 주말 출근에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주 80시간 일하는 때도 있었지만, 야근시간 제한이 있어 초과근무수당도 대체휴무도 받지 못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에 센터 공모사업에 참여했던 경기청년유니온에 도움을 요청했다. 노동법 등 관련 정보를 얻는데,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다. 내 처지에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손길에서 힘을 얻으며 자연스레 ‘청년유니온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된 게 2018년이고, 지난해 11월부터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이 돼 일하고 있다.
상근활동가가 되어보니 토론회, 기자회견, 다양한 행사 등으로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일과시간은 물론 저녁시간과 주말에도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노라면 ‘이게 맞나…’ 하는 내적 갈등이 일기도 한다. 월 50만원 청년희망적금 붓기도 힘들고, 1만원 내외 점심 밥값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대신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과 경험을 얻었다. 특히 지역 격차와 지역청년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면서 지역 청년들이 놓인 상황에 마음이 간다. 쉽사리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기에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무책임한 말 뒤에 숨고 싶진 않다.
얼마 전 청년유니온 송년회 겸 진행한 프리랜서 파티에서 질문카드를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지난 활동을 영화 장르로 표현하면?”이란 질문카드를 받았다. 내 대답은 ‘새드 무비’였다. 활동하면서 기뻐서 가슴 뛰는 일보다 슬퍼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뭔가 성취해 웃으며 힘을 내기보다, 먼저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아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익숙해질 듯 익숙해지지 않는 활동가 삶의 한 단면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각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조금씩 균열을 만들어 가는 이 일이 좋다. 세상이 후퇴하는 것 같은 때도 많지만, 이런 지난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미래세대들은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대학교 2학년 때 내가 느꼈던 것처럼. 그러면 됐다.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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