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그레이션 “격무에 시달리는 개원의들,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울 것”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유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올해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주관기관을 맡아 물밑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오라클, IBM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의료인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결국 그 혜택은 의료 소비자들에게도 돌아갈 겁니다”
의료인 대상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인티그레이션의 정희범, 송언의 공동 대표의 말이다. 인티그레이션은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 커머스, 교육, 경영 지원 솔루션 등을 제공하며 예비 의료인 및 의료인들이 업무 역량과 효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한의사 플랫폼인 메디스트림, 치과의사 플랫폼 모어덴, 치과위생사 플랫폼 치즈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사 출신인 정희범 대표는 의료인인 동시에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진료뿐만 아니라 경영, 마케팅, 인사, 회계 전반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개원의가 1주일에 40시간 진료를 본다고 하면, 그 외 업무에도 20시간을 추가로 쏟는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업무량이 많아 과로사를 하는 개원의 사례도 나올 정도로 많은 개원의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여있지만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환경 개선이 외면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창업의 동력이었다. 당시 지인이었던 동서 이희수 메쉬업코리아(부릉) 공동창업자 또한 자극이 됐다. 정 대표는 “부릉이 이륜차 물류 시장을 빠르게 효율화하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고 한의계에도 저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플랫폼 창업을 위해 우선은 사람을 모으는 데서 출발했다.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실제 의료 현장에 필요한 실무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공유했다. 정 대표가 직접 한 편에 50시간 이상 쏟아 공들여 만든 콘텐츠들이었다. 그렇게 쌓인 양질의 콘텐츠를 하나둘 모여 어느덧 회원 5000명의 커뮤니티가 되었고, 2019년 이를 웹 서비스로 전환하며 인티그레이션을 창업했다.
2021년에는 모어덴을 운영하던 데니어 송언의 대표와 M&A하며 한의계와 치과계를 포괄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한국의 의료기관 개소수 기준으로 치과와 한의원은 각각 26.2%와 20.7%로 병의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둘이 합해 5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 영역을 인티그레이션이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메디스트림은 한의대 학생 및 현직 한의사 등 전체 한의계의 75.7%가 가입한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모어덴도 치과계의 50.2%, 치즈톡에도 치과위생계의 34.3%가 가입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인티그레이션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료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하나하나 붙여나가면서 자연스레 비즈니스 모델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의료기기나 의료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자체 한약 브랜드도 개발해 선보였다. 현재 경남 산청군에 위치한 200평 규모 한약조제시설, 전북 장수에 위치한 한약재 제조시설을 통해 자체 한약 브랜드인 ‘수’를 공급 중이다. 자체 한약재 유전자 인증 제도 또한 마련했다. 관능, 유전자, 성분 세 가지 핵심 지표 검사를 통한 한약재 정품 검증으로 한약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에는 경영 지원 솔루션인 ‘멤버스’도 출시했다. 대부분이 대형 병원이 아닌 소위 ‘동네 병원’으로 불리는 의원인 치과와 한의원의 운영 효율화를 돕기 위한 목적이다. 진료비, 환자수 등 각종 데이터의 변화 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해주고,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 대표는 “멤버스를 도입한 병의원들은 서비스 퀄리티 개선을 데이터 기반으로 하여, 6개월 이후 평균적으로 30%가 성장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멤버스는 현재 아마존 웹 서비스의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올해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운영하는 ‘2023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존과 협업하며 사업화 자금, 기술 지원 등을 받으며 제품 고도화에 추진력을 더하기도 했다.
멤버스 외에도 이외에도 린(LEAN)이라는 이름의 다이어트 관리 솔루션 또한 서비스 중이다. 다이어트 한의원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도입할 경우 매출의 상당수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지만 린은 정해진 구독료만 내면 한의원에 다이어트 한의원이 가진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프랜차이즈와 달리 운영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인티그레이션은 올해 초 16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반기 매출 11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정 대표와 송대표는 이런 성장이 의료인들이 보내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며 이들을 위해 더 좋은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을 통해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차 의료기관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분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인프라 퀄리티를 높여나가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콘텐츠와 진료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B2C 시장에 진출, 오는 2028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뒤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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