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말 이슈]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사고 위험까지…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해야”
[KBS 청주] [앵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배달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오늘 나도 할말 이슈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충북지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길한샘 씨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답변]
대한민국 최초의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충북지회 준비위원장 길한샘입니다.
[앵커]
최근 청주시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실태를 조사하셨지요.
지금 상황 어떤가요?
[답변]
공공운수노조청주지역배달라이더조직화사업단에서 지난 달 25일에 청주지역 배달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세금과 경비를 제외했을 때 월 평균 소득이 210.9만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5.4일을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주중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8.7시간이고, 주말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8.9시간입니다.
추가로 실태조사 참여자의 86%가 1년 사이 사고를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배달노동자는 현재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면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동시간도 길고 아주 위험한 그런 여건 속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근무 환경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배달산업은 적정한 배송 시간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단지 빠른 배달이 좋은 거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점 점주와 고객이 각자의 주관에 따라 빠른 배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속도에 배달노동자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추가로 배달대행사 간 상점과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태입니다.
이때 배달대행사는 서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배달료를 인하하는데, 문제는 대행사가 가져가는 몫은 유지한 채 배달노동자의 몫만 줄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배달노동자는 기존의 소득을 유지하려고 신호와 속도 위반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앵커]
폭언과 폭행같은 갑질에도 빈번하게 시달리고 있다는데?
[답변]
실태조사 참여자들은 배달대행업체, 음식점 점주, 고객 중에 누가 주로 부당한 대우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폭언 등 언어 폭력’의 경우 65.7%가 배달대행업체를 지목했습니다.
‘잘못이 없는데도 부당한 질책’의 경우 68%가 음식점 점주를 지목했습니다.
‘음식물 회수 등 업무에 없는 요구’의 경우 50.8%가 음식점 점주를 지목했습니다.
배달노동자는 법적으로 ‘특수고용직’에 해당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배달대행업체나 상점 주인과 배달노동자의 관계는 직고용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협력 관계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배달대행업체나 상점주인과 배달노동자의 현실은 서로 갑을 관계입니다.
게다가 배달노동자는 보통 혼자 일하기 때문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변의 도움을 못 받아서 갑질 피해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것처럼 배달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려 있습니다.
지원 대책은 마련된 게 없었을까요?
[답변]
청주시는 2021년에 '이동노동자 복지 증진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동노동자를 위해 실행한 정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동노동자 중 하나인 배달노동자와 관련한 실태조사도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실태도 파악이 안 되었다는 것은 지원 대책 마련 이전에 배달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걸로 보여줘서 안타깝습니다.
[앵커]
이미 2년 전 조례가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군요.
그렇다면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조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동노동자쉼터’를 건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국에 31개 기초 지자체가 이동 노동자 쉼터를 건설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주는 없는 상태입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배달노동자와 사업장 노동자 사이의 차별을 시정하는 조치입니다.
폭염과 한파가 지속되는 날씨에 거리에서 쉬는 배달노동자를 흔히 볼 겁니다.
사업장 노동자에게 커피와 휴게시설 등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배달노동자에게 커피와 휴게시설은 비용입니다.
여름에 동료들과 모텔을 대실해서 쉰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추가로 이동노동자쉼터 건설은 배달노동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배달노동자는 고립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산재와 관련해서 배달대행사 사장이나 주변 또래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얻어서 산재 처리를 할 수 있는데 못 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노무사를 통해 산재 관련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것도 결국 비용입니다.
이동노동자쉼터가 꼭 건설되었으면 합니다.
[앵커]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배달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난폭하게 몰거나 굉음을 내서 시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 많이 보셨을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변]
제가 그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맞겠지만, 조금 동문 서답 같은 느낌의 답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배달노동자는 돌봄을 전달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배달노동자가 전달하는 음식 덕분에 일에 지친 가구가 집에서 좀 더 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달은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입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배달노동자가 왜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배달노동자가 좀 더 안전하게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다면 지금의 문제를 보다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배달대행사 등록제, 라이더 등록제, 안전배달료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시면 이 제도가 뭔지 의문스러운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현재 배달 대행사는 설립이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배달 대행사가 늘어나고 있고요.
그에 따라서 배달 대행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라이더 같은 경우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걸로 사람들한테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해보시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택시처럼 라이더도 등록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추가로 배달료 자체에 라이더의 안전이 고려된 금액이 책정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배달료는 최저 기준도 없기 때문에 배달 대행사가 상점을 영입하는 데 있어서 배달료를 깎는 데 있어서 하한선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행되었을 때 현재 배달 노동자들이 하는 불미스러운 행동들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제가 앞으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정책 마련과 자정 노력에 앞장서겠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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