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가 ‘뚝’…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무게 실렸다
4원 인하 요인 발생했으나 ‘미반영’
한전 재무위기에 더 낮출 순 없지만,
원가부담 완화로 인상압력은 낮아져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유가 등 주요 국제 에너지 시세가 내려가면서 국내 발전(發電·전력생산) 원가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연료비 조정요금 현행(+5원/㎾h) 유지 결정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는 올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한 결과 유연탄·천연가스 등 발전연료 구매가격 하락으로 연료비 조정단가가 1킬로와트시(㎾h)당 마이너스(-) 4.0원으로 산출됐으나, 정부와의 협의 끝에 현재의 플러스(+) 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발전 원가가 내리며 연료비 조정요금 인하 요인이 발생했으나, 한전이 앞서 원가를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생긴 누적 적자를 고려해 내년 1분기까진 인하 요인을 요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정부와의 협의 아래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31일까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조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전력산업계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독점적 전기 공급(판매) 공기업인 한전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그에 따른 발전원가 급등으로 지난 3년간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약 45조원)를 쌓아왔고, 그에 따른 이자 부담도 연 4조원대까지 늘어난 만큼 이를 조기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은 통상 연 4조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던 만큼 실제 한동안은 누적 적자 해소는커녕 불어난 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결정의 키를 쥔 정부·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고, 국제 에너지 가격까지 당장은 안정을 되찾은 만큼 전기요금 인상 명분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모습이다.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론 한전이 결정하지만, 실제론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여당과의 협의 아래 통상 매 분기 요금 조정을 결정한다.
요금 인상 어렵지만…원가 부담 완화는 ‘호재’
최악의 재무위기에 빠진 한전에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기조는 악재이지만, 그 원인이 된 원가 부담 완화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한전은 최근 발전원가 하락에 힘입어 올 3분기에 모처럼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2021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4분기에도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기준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1㎾h당 120~140원까지 낮아지며 2개 분기 연속 흑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도 한전 재무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6차례에 걸쳐 1㎾h당 40.3원(산업용(을) 기준 50.9원)에 이르는 한전의 요금 인상을 ‘허용’했다. 이전까지 한전의 평균 전기요금 판매가격이 1㎾h당 110원 전후였던 걸 고려하면 누적 인상 폭이 40% 전후에 이른다. 그만큼 추가 인상은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이 가운데 국제 에너지 가격, 즉 발전 원가가 현재보다 더 하향 안정한다면 현 요금 수준 유지만으로도 한전의 재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한전이 올해까지는 재작년과 비슷한 5조8000억원(평균 전망치)의 영업적자를 기록하지만, 내년 4조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후년엔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7000억원이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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